(중앙일보 2017.01.03 배영대 기자)
2017년은 복합적인 해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주화 30년’,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라는, 한국 현대사를 대변하는 두 상징이 함께 겹쳐진다. 거기에 대통령 탄핵 여부와 차기 대선 일정까지 예고돼 있다. 2016년 말 시작된 촛불은 ‘시민의 힘’을 웅변하며 전반적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이뤄낸 산업화와 민주화는 우리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부족한 점도 많았다. 성공과 자랑 뒤에 놓인 어두운 면. 이미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숙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형국이다. 공정한 사회, 양극화와 청년 실업 해소, 사회통합과 남북문제 해결 등이 핵심 과제로 부각된다. 광장의 요구는 거침이 없다. 정치권 재편, 기존 이념 지형의 균열 등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두 석학이 지혜를 모았다. 최장집 고려대(정치학) 명예교수와 송호근 서울대(사회학) 교수. 주제는 “리셋 코리아”. 이념 갈등이 첨예한 한국 사회에서 그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온 두 사람의 대담은 지난달 28일 오후 5시 중앙일보 논설위원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2017년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리셋 코리아", 피해갈 수 없는 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촛불과 광장에서 확인된 `시민의 힘`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신인섭 기자 ◇ 촛불시위와 탄핵 정국
◇ 시민정치와 자유주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다당제 환영…개헌 없이 가능한 '결선투표제' 도입을 사회경제적 양극화, 청년실업, 노동문제 등 과제 산적 "80년대 민주화 때보다 더 큰 과제를 안게 됐어요" 박정희 패러다임 효능 상실…새로운 것 창출 전환점 <송호근 서울대 교수> 항의의 체계화… 시민 정치, 시민 민주주의 개막 이미 했어야 할 사회민주화 못한 데 대한 분노 대의 민주주의 한계…시민 주도권 갖고 정당 재편성 사회복지를 고용 중심 패러다임으로 다시 짜야 ============================================================== ◇ 차기 정부의 과제 질의 :올해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데 차기 정부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응답 : 최 :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다당제의 출현은 환영할만한 변화라고 봅니다. 정당체제가 변하면 경제운영과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과 내용이 변해야하고,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민주주의의 본질은 사회적 요구가 대표되고 그것을 국가, 정부의 결정기구에 투입하는 인풋 측면에 있다고 봅니다. 권위주의는 사회적 요구보다, 통치자의 의지와 목표를 효과적으로 관철하는 정책의 산출, 즉 아웃풋 측면에 치중했어요. 이 점에서 우리가 정당체제, 정치개혁을 논할 때, 어떻게 사회적 이익과 요구가 잘 대표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요구ㆍ필요가 제대로 대표되는 기회와 채널이 넓어지는 것이 정당체제의 긍정적 발전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송 : 그런 의미에서 인풋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그 인풋이 어떻게 다시 분절되고 대립할 것인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촛불 공중은 하나였는데 이슈 공중은 여럿으로 갈라집니다. 이슈 공중이 정당 재편성으로 귀결되면 좋을 텐데, 정당이 먼저 갈라져 이슈 공중을 분절시켜 버리면 과거로 회귀하는 겁니다. 이 시점에서, 정당과 시민사회의 주종관계를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시민이 주도권을 가지고 정당이 재편성되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향후 6개월은 불안정한 이행기인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취약한 거버넌스를 깨서는 안 됩니다. 대선 주자들이나 정당들이 거버넌스가 감당하지 못하는 주장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포퓰리즘의 위험이 시작된 거죠. 여기에 대해서 시민들이 경고해야 합니다. 통치력을 넘어서는 사안을 자제해야 합니다. 질의 :감당하지 못할 지나친 주장은 어떤 것인가요. 응답 : 송 : 개헌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저는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5월 안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은 국가관리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난 상황, 일종의 ‘경비병 사회’입니다. 시민적 요구는 넘치는데 이걸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은 바닥입니다. 그 격차가 너무 커요. 관리능력은 없이 외곽에 경비를 선 상태니 말이죠. 개헌의 가닥을 두어 개로 마련하고, 실행 과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고요. 차기 정권은 일종의 관리 정권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슨 새로운 업적을 많이 하겠다는 과욕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 사태가 결핍증의 발현이라면, 비어있는 것을 채우는 것을 최대 업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뭘 못했을까요? 포괄적 의미의 사회복지입니다. 사회복지의 핵심이 뭔지 아세요? 고용입니다. 고용은 생존수단, 사회적 존재감의 처소입니다. 복지가 자잘한 메뉴가 아니지요. 경로연금, 반값 등록금, 고령 건강보험, 등등. 여기에 고용은 어디로 갔나요? 사회복지를 고용 중심의 거시 패러다임으로 ‘재구조화’(re-structuring) 해야 합니다. 모든 문제가 여기서 출발하지요. 최 : 송 교수가 개헌 문제가 중첩되는 걸 부정적으로 말씀했지만 나도 그건 동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치적 실험은 굉장히 필요하다고 봐요.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선투표제의 도입입니다. 지금 다당제적 상황에서 대선을 치르게 될 때, 지금과 같은 단순다수제 방식으로는 작은 지지만으로 대권에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지지기반이 약하고, 대표하는 범위가 좁게 돼요. 개헌을 하지 않고도 이를 보완하는 대안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결선투표제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도 이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대선의 선거방식을 바꾸는 문제는, 헌법이 명시하지 않고 있어, 애매함이 있기도 해요. 그래서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그것을 위헌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헌법의 공백을 정치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결선투표제는 프랑스의 ‘동거정부’(co-habitation)에서 볼 수 있듯이 일종의 연립정부 형태를 실현할 수도 있어요. 청와대로 모든 권력이 집중된 지금의 정부형태가 달라져야 한다는 광범한 요구에도 부응할 수도 있습니다. 송 : 차기 정권이 과거에 못했던 것을 보완하는 일을 하려면 공통기반을 만들어야죠. 그걸 위해 결선투표제에 대한 논의는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다음 정부를 뽑기까지 이행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국 역사에서 통치력이 소멸된 상태에서 6개월을 지내본 적이 없습니다. 통치력이 없어도 시민사회가 잘 굴러간다,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시민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외부 충격이 커지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이행기 우리는 시민사회의 체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광장에서 가정으로 바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결사체를 거쳐 가야 합니다. 이게 유럽 시민사회의 교훈입니다. 결사체적 학습의 핵심이 바로 ‘손실의 내면화’입니다.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손실을 입어도 공공이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것, 이런 자율적 심성이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 지금 그들의 엄청난 자산이자 사회적 자본이죠. ◇ 보수의 재편성
◇ 남북한 문제와 통일
진행·정리=배영대 문화선임기자 |
[중앙일보] 최장집-송호근 신년 대담 “리셋 코리아" 원문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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