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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사드 갈등, 미국이 중재 나선다

바람아님 2017. 3. 5. 23:13
[중앙선데이] 입력 2017.03.05 00:02

한국 여행 금지 등 보복조치
중국에 즉각 중단 촉구할 듯

김일성 생일 4월 15일 전후
북한 도발 대응 방안도 논의

[뉴스분석] 틸러슨 미 국무 20일 전후 한·중·일 방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20일을 전후해 북한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관련 협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국과 미국 고위 소식통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달 초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다녀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불과 두 달 사이에 미국의 최고위 외교안보 담당 각료가 잇따라 한국을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소식통은 “틸러슨은 오는 17일께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후 한국과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한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을 먼저 찾게 될 것일지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한국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며,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의 면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틸러슨의 방한 시점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지난 후가 될 가능성이 커 황 대행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면담 인사 혹은 방문 일정 자체에도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일본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회담하며, 중국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과 만날 예정이다.
 
고위 소식통은 “틸러슨의 3개국 순방은 최근 들어서야 결정됐으며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여러 옵션에 대해 주요국 지도부와 긴밀한 협의를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번 순방을 통해 미국의 대북한 정책의 틀이 굳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순방의 최대 키워드는 ‘북한’”이라며 “틸러슨은 버락 오바마 정권이 추진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음을 통보함과 동시에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서려 할 경우 선제타격을 가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 생일(4월 15일·태양절) ^인민군 창건 85돌(4월 25일) 등을 계기로 북한이 4월 중 ICBM 시험발사나 제6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과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눌 예정이다.
 
또 미국 측 관계자는 “틸러슨은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선 한반도에 배치할 예정인 사드는 어디까지나 북한을 의식해 주한미군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며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할 것”이라며 “최근 한국 여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에 대해선 즉각 중단할 것을 강하게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식적으로 미 정부는 “이번 틸러슨 장관의 한·중·일 3개국 순방의 주된 목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협의”(국무부 관계자)라고 강조한다. 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따로 마련된 순방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드 문제의 주무 부처도 국무부라기보다는 국방부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거론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드 이야기를 주제로 꺼낼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내보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미 정부 관계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미 사드 문제는 배치 여부를 결정하는 국방부를 넘어 배치까지의 이해관계 조율을 담당하는 국무부의 영역으로 들어온 인상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협상에서 터프하기로 소문난 틸러슨의 어찌 보면 ‘첫 미션’이 사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틸러슨의 한·중 순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8~21일이 사드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사드 보복’ ‘반중 감정 고조’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시 주석이 틸러슨 장관과의 면담을 수락할 경우 이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최악의 상황은 서로 피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미 정부는 최근까지도 한국의 사드 배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아시아 전문가 사이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사드는 없던 일로 하자’고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뿌리 깊었다. 게다가 문 전 대표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미국 대신 북한을 먼저 찾겠다”고 말한 부분이 질문 취지와 전체 답변 맥락이 잘린 채 ‘반미, 친북’으로 연결되면서 “미국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사드 배치 추진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전 대표 측의 외교 책사인 김기정(싱크탱크 ‘국민성장’ 연구위원장) 연세대 교수가 지난달 15일 워싱턴을 방문해 “문 전 대표는 한·미 동맹에 대한 강한 신봉자다. 사드도 정부와 정부 사이의 합의는 존중한다. 다만 실제 배치는 국민적 합의 등을 위한 검토의 시간을 위해 다음 정부에 넘겨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국방부·의회 관계자 등에 강하게 전달하면서 사드 배치의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양국의 사드 배치 추진은 가속도가 붙어 지난달 28일 국방부와 롯데 간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이 체결됐고, 배치는 이르면 5~7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정부로선 ‘만약에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돼 4~5월 대선에서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7월께 배치를 하면 문 전 대표의 입장(합의존중, 차기 정부 실제 배치)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틸러슨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 시 “사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은 같을뿐더러 그 원인은 북한에 있다는 걸 공유하고 있다”는 논리로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미·중 간에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해 사드 문제에 이르기까지 뭔가 거대한 딜(deal)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백악관을 방문한 중국의 외교 책사 양제츠 국무위원에게 트럼프는 “당신들은 북한을 더 신경 써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에 대한 반박, 혹은 절충안을 어떻게 내놓을지 주목된다. 특히 미국은 중국 압박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미 의회와 조야에서 거세지고 있는 ‘선제타격론’‘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이란 카드를 흔들면서 중국의 반응을 떠볼 가능성도 있다. 역으로 중국은 트럼프 정권의 강경론이 어느 정도 진정성이 있는지 판단하면서 중국이 얻어낼 ‘요구사항’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의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미·중 간에 어느 정도 타협의 여지가 확인될 경우 시 주석이 이르면 다음달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