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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도피는 미·중·네덜란드 국제 첩보전의 결과?

바람아님 2017. 3. 8. 23:48
조선일보 : 2017.03.08 15:10

김한솔 /유튜브 캡처
김정남 아들 김한솔의 7일 유튜브 동영상 공개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그의 후원세력으로 추정되는 ‘천리마민방위’가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한 것이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서는 김한솔의 거취와 관련해 크게 세 가지의 추정이 나오고 있다. 김한솔은 지금 ‘안전한 제3국’에 피신해 있다는 점, 그의 도피가 미국·중국·네덜란드·무명의 정부가 개입된 국제 첩보공작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 ‘천리마민방위’라는 조직 또는 단체가 대한민국, 미국 등의 정보기관과 연계해 김한솔 말고 다른 북한 주요 인사들의 망명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우리 국정원은 물론 미국 측도 아직까지 김한솔 도피 작전의 실재 여부나 김한솔의 도피처 등에 대해선 일절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한솔과 천리마민방위가 언급한 내용을 잘 살펴보면 ‘김한솔 도피작전’의 윤곽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김한솔은 김정남이 살해당할 때 중국 마카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대학을 졸업한 뒤 마카오 가족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지난달 13일 김정남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전해졌을 때 제기된 의문은 “김정은이 조카인 김한솔은 살려둘까”였다. 김한솔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남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북한 ‘백두혈통’의 적통 장손(長孫)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 구축에 장애가 될 것으로 보고 이복형인 김정남을 죽인 마당에 또 다른 위협 요소인 조카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한솔도 당연히 자신에게 닥쳐올 위험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는 일차적으로 자신의 보호막이었던 중국 정부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긍정적인 답을 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중국이 사실상 ‘경호’를 책임지고 있던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 한복판에서 살해당했다는 사실. 김한솔로서는 ‘중국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중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을 법하다.

이런 와중에 ‘천리마민방위’가 김한솔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한솔 아버지 김정남도 평소 재외 탈북자단체 등과 접촉해 왔던 정황이 알려졌었다. 천리마민방위도 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천리마민방위는 김한솔에게 ‘중국만 믿지 말고 다른 곳도 생각해 보라. 우리가 도움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탈북 주요 인사들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 유럽 국가들을 택했다. 천리마민방위가 그동안 여기에 개입해 왔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김한솔에게도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 유럽 등을 도피처로 제시했을 것이고, 어렸을 때부터 유럽에서 유학생활을 해 온 김한솔도 긍정적으로 반응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 
/조선DB
김한솔의 의사를 확인한 천리마민방위는 자신들과 네트워크가 있는 제3국 정부의 문을 두드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천리마민방위가 “특히 갑작스레 도움을 요청했을 때 우리에게 급속히 응답을 주신 주조선-주한 네덜란드 엠브레흐츠 대사님께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 엠브레흐츠 대사님은 인권과 인도주의를 향한 네덜란드의 오랜 원칙적 입장을 입증하신 분이다” “인도적 대피 요청을 사절한 몇몇 정부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언급한 부분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천리마민방위가 네덜란드를 비롯한 몇몇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네델란드만 호응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천리마민방위가 네덜란드의 문을 두드린 것은 네델란드가 남북한 겸임 대사를 두고 있고, 유럽의 대표적인 인권 중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사안의 중대성, 정보력, 대중(對中) 발언력과 협상력 등을 감안해 미국 측에 SOS를 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김한솔의 ‘정보 가치’ 등을 고려해 당연히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다.

미국과 네덜란드 측은 마카오가 중국 영토이므로 먼저 중국 측에게 ‘김한솔 도피’에 대한 양해와 협조부터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고민은 있었겠지만, 김정남 살해에 이어 김한솔까지 위해를 당할 경우 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결국 김한솔을 비롯한 김정남 가족의 이주(移住)에 동의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그렇다면 ‘무명의 정부’는 왜 나왔을까. 외교 관계자들은 “김한솔이 지금 있는 곳이 ‘무명의 정부’ 땅일 것”이라고 말한다.

김한솔과 천리마민방위 측은 김한솔과 가족의 신변 안전을 고려해 유튜브 영상을 통해 김정남 피살과 관련한 메시지는 공개하면서도 현재 있는 곳은 밝히지 않은 채 ‘무명의 정부’라고만 언급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은 이 모든 과정에 직접 개입했거나, 아니면 미국 당국 등과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적·물적 지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 김한솔 등 김정남 가족의 안전 문제에 관심이 쏠렸을 때 우리 정부가 “김한솔을 비롯한 김정남의 가족은 안전하다”고 단언했던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