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그림이라더니 왜 이러냐”라고 했더니 담배 소유자가 답했다. “남성들에겐 이게 혐오 그림이다.”
남녀의 인식 차는 이처럼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남성 사회 속 여성은 ‘남성 설명서’를 읽곤 한다. 대충 이런 문구를 만난다.
“여자는 침대에 남자와 단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보기엔 그녀의 과거 애인들이 모두 그의 라이벌로서 함께 있다. 그들이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것이다.”(『남자』)
“여성에게 ‘유리 천장’이지만 그 위에 사는 사람들에겐 바닥인 셈이다. 여성이 머리 위 천장을 떼어내면 그들에게는 바닥이 없어진다. 그러니 그들은 추락의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그러다 느낀다. 어쩌면 남녀 차이 못지않게 남성 또는 여성 내의 차이가 클 수 있다고 말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렇다.
실제 “성(性·gender)이 뭐냐”는 일견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정말로 단순치 않다. 긴 답변에도 어느 하나 압도적이지 않다. 형태적 성징(性徵) 구분이 있으되 늘 명료한 건 아니다. 일부 학자는 뇌가 남녀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이른바 ‘브레인 섹스(Brain Sex)’다. 남성 뇌와 여성 뇌가 있다는 얘기다. 남성은 지도 읽기에, 여성은 성격 읽기에 능하다는 식이다. 반론도 적지 않다. 일군에선 자기 인지를 강조한다. 인지와 성징이 일치하면 같은 쪽이란 접두사(cis)를 써 시스젠더, 다르면 트랜스젠더라고 한다. 통념과 달리 이때의 트랜스젠더는 불일치 상태를 가리킬 뿐이다. 영국에선 전체 인구의 1%인 65만 명이 이에 해당하며 이 중 3만 명이 의술에 의존했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미국 오리건주 지방법원이 법적 성별로 남성도 여성도 아닌 ‘무성(無性·agender)’을 인정했다는 보도를 봤다. 당사자인 패치는 “여섯 살 즈음부터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는 말들이 내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담당 판사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했다. 앞서 ‘제3의 성(non-binary)’을 용인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으로 복잡미묘하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만능으로 보이는 틀임에도 그 안에 욱여넣을 수 없는, 또 욱여넣어서도 안 되는 존재 말이다.
고정애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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