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백제 금동신발 복원

[중앙일보] 입력 2017.04.03 11:03

재료와 기법, 전통방식 그대로
백제인 섬세한 손놀림 놀라워

현대 첨단기술과 전통기법을 접목해 복원한 1500년 전 백제 금동신발. 

[사진 문화재청]

1500년 전 백제 금동신발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옛 백제인의 섬세한 손놀림이 현대의 최첨단 기술로 복원됐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2014년 12월 전남 나주 복암리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을 현대와 전통의 공예기술을 접목해 되살려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번 금동신발은 발굴 당시 지금까지 나온 관련 유물 가운데 형태가 가장 화려하고 완벽해 큰 주목을 끌었다. 백제 시대 금동신발 가운데 최상품으로 평가됐다. 길이 32㎝, 높이 9㎝, 너비 9.5㎝ 크기로 발등 부분에 용 모양 장식을 했고, 목 부분에는 금동판으로 된 덮개를 부착했다. 또 신발 바닥에는 연꽃과 도깨비 문양을 정교하게 장식했다.  

    

2014년 발굴 당시의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나주문화재연구소는 금동신발의 재료적 특징과 제작기법을 밝히기 위해 3차원 입체(3D) 스캔, 엑스선(X-ray)과 CT(Computerized Tomography·컴퓨터단층촬영법) 촬영 등 첨단기법을 동원했다. 분석 결과 신발 몸판은 두께 0.5㎜ 구리판에 5~10㎛(1㎛=1000분의 1㎜) 두께로 순금을 입혀 만들었음을 밝혀냈다. 발등 부분의 용머리 장식을 비롯해 금동신발 바닥과 옆판에서 발견된 다양한 문양(연꽃·도깨비·새 문양 등)은 백제의 금속공예기법 중에서도 난이도가 매우 높은 투조(透彫·금속판 일부를 끌이나 톱으로 도려내는 기법)와 축조(蹴彫·금속판에 쐐기 모양의 삼각형을 새긴 자국으로 선을 그려가는 기법) 기법이 사용됐다는 것도 확인했다.

  
 전용호 나주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일반 문화재 복원은 색상·형태 등을 유사하게 만드는 데 그치는 반면 이번 금동신발은 재료·기법 모두 옛 모습 그대로 되살린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통 도금기술인 수은 아말감 기법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수은 아말감기법은 수은과 금가루를 혼합해 금속 표면에 바른 다음 365도 이상의 열을 가해 금가루가 금속 표면에 붙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수은이 접착제 역할을 한다. 요즘에는 일반적으로 전기도금 방식을 사용한다.  

백제 금동신발에 새긴 연꽃 무늬. 문양이 섬세하고 화려하다.

 나주문화재연구소 오동선 연구사는 “신발을 복원하는 데 순도 99%의 황금 58g을 사용했다”며 “연구소 상설전시관에 일반 공개된다”고 말했다.  
 나주 금동신발은 백제의 중앙 권력층이 마한의 실력자에게 내린 하사품이다. 영산강 지역을 장악했던 지방 세력의 위세를 보여준다. 학계에서는 5세기 중·후엽 마한 세력이 백제화의 길로 접어든 모습을 보여주는 유물로 보고 있다. 신발에 새겨진 연꽃무늬 등은 죽은 이가 내세에서 부활하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