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플러스]
입력 2017.04.08 10:06

보일듯 말듯한 잔잔한 미소를 숨길 수 없다. 아마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런 표정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분명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멀리서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를 향하여 다가가듯, 저마다 아름다운 미소로 걷는다. 지나는 바람이 그림자에 물결치는 노란 흔들림에 빠져 설레는 마음을 내보이며 걷는다.

누군가가 제주 중산간에 뿌려 놓은 노란색 별들이 봄이 되자, 제주들판에 솟구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에 와 있는 듯 아름다움에 취해 지금 이 시간에 머물러 영원을 바란다. 모든 이들이 샛노란 유채꽃의 아름다운 향연에 안겨있다. 햇볕 좋은 어느 날, 노란 구름 위를 떠 있듯, 한없이 가벼워진 마음이 날아올라 노란별들과 함께 섞인다.

세상이 아름다운 행복으로 채워져 있다. 어린 아이의 함박웃음 마냥 빙삭이(‘빙시레’의 제주어) 피어있는 유채꽃과 마주친 눈빛들이 행복으로 가득 차있다. 우리의 영혼마저도 노란유채꽃 벌판에 넋을 놓은 채, 행복해 한다. 풀잎 파릇한 냄새와 참깨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섞인 듯한 유채꽃 향기에 모두의 행복이 버물어져 유채꽃축제장을 가득 채운다.

예쁘다. 참으로 예쁘다. 예쁜 것을 보면 우리의 마음 마저도 같이 아름다워지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노란 유채꽃의 아름다움은 내게로 오고, 아름다움에 취한 여유로운 나의 마음이 꽃으로 간다. 축제장을 떠나면서 그 눈빛조차 못내 아쉬워 멀어질 때까지 뒤돌아 바라본다.

* 제주유채꽃축제가 2017년 4월1일 '봄을 잇는-마을, 가시리'라는 주제로 서귀포시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 일대 10만㎡ 규모의 유채꽃 광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곳 녹산로는 봄철 유채꽃과 벚꽃의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곳이다.

나는 지금 취해 있다. 기분은 좀 알딸딸한 것 같고, 볼그레한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띤 체 여유롭게 걷고 있다. 노란색 꽃가루 한입 머금은 봄나비가 꽃구름 위를 날 듯 사뿐사뿐 그렇게 걷는다. 벌건 대낮에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도 분명 무언가에 홀렸거나 취해 있는 듯하다. 마치 첫사랑으로 가슴 설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그렇게 덩달아 마음도 취한다.





* 제주유채꽃축제가 2017년 4월1일 '봄을 잇는-마을, 가시리'라는 주제로 서귀포시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 일대 10만㎡ 규모의 유채꽃 광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곳 녹산로는 봄철 유채꽃과 벚꽃의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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