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HK TV에서는 북한에서 미사일처럼 보이는 물체를 발사하면 바로 긴급뉴스로 전 국민에게 전한다.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큰일 난 것처럼 긴장돼 바로 한국 방송 뉴스를 본다. 그런데 한국 뉴스를 보면 계속 다른 내용만 나오다가 마지막 부분에 북한 뉴스가 나온다. 뉴스 내용은 일본과 똑같은데 반응 속도는 양국 간에 너무 다르다. 남편에게 물었더니 “항상 그러니까”라고 짧게 한마디만 할 뿐 아주 태평스럽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경험할 때마다 혼자 조마조마하다가 한국 뉴스를 보고서야 안심하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군대에 간 첫째아이가 휴가를 받는 날이 다가올 때도 미사일 발사 뉴스가 있었다. 휴전선 바로 옆에서 군복무 중인 아들에게 혹시 휴가가 취소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이번에도 걱정하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식구들은 태연했다. 4개월 만에 나오는 휴가에 맞춰 이불 빨래부터 시작해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나 과일을 사놓고 기다렸다. 그런 아들이 집에 오면 통 얼굴을 볼 수 없다. 친구들 만나기 바쁘고 낮에는 집에 있는 것 같은데 직장에서 돌아오면 벌써 나가고 없다. 모처럼 집에 왔는데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엄마 마음을 몰라줘 정말 속상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
한국에서는 2년도 채 안 되는 군복무 기간도 힘들어하는데 북한에서는 10년 정도 군생활을 한다고 들었다. 아들은 추운 겨울 망원경으로 북한 군인들을 보면 자꾸 호주머니 안에 무언가를 넣었다 꺼냈다 하는데 뜨겁게 달군 돌이라고 알려주었다. 한국에서는 핫팩으로 얼어붙은 손을 녹일 수 있지만, 북한 군인들은 얼마나 추우면 그럴까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강한 나라를 만들려면 엄격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반드시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나라를 지키고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일까. 국방의무도 없고, 무기도 필요 없는 사회는 꿈의 이야기인 것일까. 국가의 힘은 큰데 국민 한 사람의 힘은 너무나 작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국민이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광장에 나가서 촛불을 켜고 외치는 것으로 작은 한 사람이 강물처럼 모여 나라를 움직이는 힘을 보여주었다. 나라를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고정된 현실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 에너지로 미래의 평화도 지금과 다른 더 평화스러운 방법으로 이루어낼 수 없을까 생각해 봤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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