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도 국제질서에 정면 도전
트럼프, 푸틴의 시험 이겨내야
레드라인부터 분명히 설정하길
지난 1월 러시아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세력은 정부군에 치열한 싸움을 걸어 왔다. 푸틴의 지시에 따른 결과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분쟁은 1년 반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 미국의 지원하에 독일과 프랑스가 중재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명한 민스크 평화협정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2월 들어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정부 두 곳이 발행한 여권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하순 우크라이나의 친러 분리주의 정부는 러시아 루블화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다. 역시 푸틴이 배후 조종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를 러시아 속국으로 만들려는 푸틴의 속내를 눈치챌 수 있다.
다시 1월로 돌아가 보자. 러시아는 벨라루스와의 국경지대에 군대를 배치했다. 러시아의 무력 확대를 벨라루스가 받아들이도록 압박한 것이다. 3월엔 커티스 스캐퍼로티 유럽 주둔 미군사령관이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급속도로 가까워졌으며 모스크바는 탈레반 반군에 무기를 제공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미 의회에 보고했다. 러시아와 탈레반의 이 같은 밀착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 9000명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5000명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다. 이뿐이 아니다. 토머스 월드하우저 아프리카 주둔 미군사령관은 2주 전 “리비아와 국경을 접한 이집트 영토에 러시아 특수군이 배치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리비아 반군 사령관 칼리파 하프타르와 밀착하고 있다. 하프타르는 유엔이 인정한 트리폴리의 합법적 정부를 공격하는 반군의 강력한 지도자다.
게다가 푸틴은 자국 국민을 사린가스로 학살하고, 그 사실을 부인하는 시리아 독재자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감싸왔다. 20만 명이 넘는 시리아 국민을 살해했으며 국민의 절반을 난민으로 전락시킨 알아사드에게 정치적·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이런 푸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및 니키 헤일리 유엔 미국대사가 강경 발언을 이어가긴 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는 행동을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기는커녕 비난 발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를 향해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워싱턴이 용납할 수 없는 선이 있다는 걸 모스크바에 분명히 하고, 미군의 억지력을 강화해 협상의 입지를 늘려야 한다. 첫 신호는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미국의 국익을 확실히 보호하면서 “세계 각국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러시아에 선언해야 한다.
나토 지역 군사작전에 대해 미국의 지원 방침을 확고히 해야 한다. 또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에도 러시아의 위협을 막기 위해 군사 훈련과 장비를 제공해야 한다. 그 밖의 잠재적 위험 지역에서는 러시아와 핵무기 및 재래식무기, 사이버무기의 군축 협상 논의를 재개해 긴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독재자 알아사드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과 시리아 민간인을 향한 러시아군의 폭격을 강력히 규탄하는 것도 필수다. 러시아가 지난해 미 대선에 간섭한 것을 단호히 비난하고 향후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함은 물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을 어떻게 생각하든 푸틴이 통치하는 러시아는 미국을 적국으로 간주하며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위상을 끌어내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수주 동안 푸틴은 그 방향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이제 트럼프가 “그만”을 외칠 때가 왔다. 러시아를 방문한 틸러슨 국무장관의 메시지가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
마이클 모렐 전 CIA 부국장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10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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