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공언하면서 군사적 도발 수위를 점점 더 높이고 있다. 지난 1일 유엔은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응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제2356호를 채택했다. 이는 2006년 이후 7번째로, 가장 강력한 제재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유엔의 다자 제재와는 별도로 강력한 독자 제재를 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과 달리 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國際) 공조’를 더욱 다져나가야 할 시점에 ‘민족(民族) 공조’의 논리를 앞세운 문 정부의 정책은 미국 및 국제사회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북한은 5·24 조치와 같은 한국의 제재 조치와 국제 제재의 해제를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성급하게 교류를 제안하고 북한이 이를 거절하자 북한에 저자세로 애걸하듯이 교류를 요청하는 정부의 자세를 국민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음인지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이례적으로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에 직접 참석해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에 대한 군사적 대비태세와 국제사회와 강력한 대북 공조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 각 부처에 지시했다. 앞으로도 정부는 북핵(北核)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 및 안정을 위해서는 ‘민족 공조’가 아니라 ‘국제공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정부 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주한미군과 한국을 지키기 위한 사드 배치를 놓고 벌어지는 국내적 논란에 대해 미국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드를 더 많이 갖다 놓으면 놓을수록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데도 정치 지도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는 월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전에 문 정부는 사드의 연내 배치 완료라는 양국 간 기존 합의 사항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사드 배치를 계속 지연시킨 상태에서 정상회담에 임할 경우 안보상의 후폭풍과 그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1979년 박정희-카터 서울 정상회담은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주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파탄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때는 미 의회와 정보기관 및 군부 모두 한반도 안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해줌으로써 주한미군 철수는 없던 일로 되고, 안보 위기는 극복됐다.
만약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에 의견 충돌과 안보 인식의 심각한 괴리가 노출될 경우 1979년과는 정반대의 상황 진전이 초래될 것이다. 1979년과 달리 미국은 주한미군을 빼는 게 아니라, 첨단 방어용 무기인 사드를 배치해 한국의 안보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정책에 대해 한국이 부정적이고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의회 및 군부 지도자들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안보는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돼서도 안 되고 포퓰리즘의 수단이 돼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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