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백영옥의 말과 글] [3]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바람아님 2017. 7. 8. 09:14

(조선일보 2017.07.08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소설 '1인용 식탁'에는 혼자 밥 먹는 게 두려워 '혼밥의 기술'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지만 최근 '혼술남녀'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제목으로 등장한 홀로 문화가 

사회 부적응자라는 뉘앙스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로 흡수됐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바야흐로 혼밥, 혼술, 혼영(혼자 영화보기)의 시대 아닌가.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와 일부러 거리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은퇴나 사별로 원치 않아도 혼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은퇴한 부모님이 만나면 건강 얘기에 자식 자랑뿐인 사람들이 불편하다길래, 

대안이 없을까 생각하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란 책에서 이 구절을 발견했다.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의 '어른의 우정'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한 노부부가 있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남편은 누가 봐도 기력이 쇠하고 침울해져 자식들이 아무리 함께 살자고 해도 고집을 부렸다. 

이대로 뒀다가는 큰일 나겠다고 다들 걱정했지만 그는 '돌 닦기'를 시작하며 생기를 되찾았다. 

적당한 돌을 그저 닦다 보면 뜻하지 않은 멋진 장식품이 생긴다. 

그는 그것을 자식들과 손주에게 보이고 혼자 뿌듯해했는데 그때 그의 눈은 빛나고 말도 또렷했다."


돌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가 꼭 사람이어야만 할까. 

어느 시기엔 친구 관계를 끊어버릴 만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 있던 10년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주로 '책'을 읽었는데 책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그는 책이 마음에 들면 자신이 책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게 아니라, 책을 쓴 '저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저자가 살아 있었다면 이야기 상대로서 자신을 흡족하게 생각해 분명 대화도 즐거웠을 거라고 말이다. 

'내가 읽은 책'이 아니라 '당신이 쓴 책'이라고 관점만 바꿔도 책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말이야'가 아니라, 

'너는 말이지'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면, 고독도 좋은 친구처럼 다가와 우리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다.



1인용 식탁 : 윤고은 소설집

윤고은/ 문학과지성사/ 2010/ 397 p

813.7-ㅇ618이/ [정독]어문학족보실서고(직원에게 신청)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장은주/ 위즈덤하우스/ 2015/ 215 p.

325.211-ㅅ156ㅎ=2/ [정독]인사자실(2동2층)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의 '어른의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