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7.19 정녹용 논설위원)
2011년 9월 북한 주민 9명이 청진항에서 길이 8m짜리 목선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5일간의 사투 끝에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약 750㎞ 떨어진 곳이었다.
배 안에는 쌀과 김치만 조금 남아 있었을 뿐 30L짜리 물통은 비어 있었다.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나 구명조끼도 없었다. 목숨을 건 탈출이었다.
▶2007년 5월에도 일가족 4명이 목선을 타고 청진항을 출발했다. 길이 7.8m, 폭 1.8m짜리 작은 배였다.
이들은 6일 뒤 일본 아오모리현 후카우라항에 도착했다. 배 안에는 독극물이 있었다. 적발되면 마실 생각이었다고 한다.
1987년 최초의 일가족 탈북을 했던 김만철씨도 하루 만에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다 일본 순시선에 발견됐었다.
▶살아서 땅을 밟은 건 그나마 행운이다. 작년 11월 일본 마이즈루시 오바세항 해안가에 떠내려온 북한 난파선에서 9구의
남성 시신이 발견됐다. 길이 12m, 폭 3.1m의 목선에 반백골(半白骨)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한다. 고기 잡으러
무리하게 먼바다까지 나왔다가 풍랑 만나 표류하다 조류에 밀려 일본 앞바다까지 온 것이다. 일본 현지 어민들은 이런 배를
'백골선(白骨船)'이라 부른다. 이런 배가 지난 5년 동안 277척이나 된다고 한다. 어제 본지에 실린 백골선 사진을 보니
으스스한 느낌마저 들었다.
▶2015년 개봉된 영화 '하트 오브 더 씨'에는 침몰한 고래잡이 배 선원들이 보트에 타고 표류하다 결국 먼저 죽은 사람의
인육(人肉)을 먹는 끔찍한 과정이 그려진다. 19세기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소재로 했다. 먹고 살아남을 아무것도 남지
않은 목선에서 북한 어부들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김정은은 2015년 신년사에서 "물고기 대풍을 마련해 인민들의 식탁 위에 바다 향기가 풍기게 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북한을 탈출한 어부 출신 탈북민은 "김정은 지시 때문에 어선들은 날씨가 안 좋아도 목숨 걸고 '어로 전투'에 나선다"며 "가까운 바다에는 물고기가 별로 없어 경운기 엔진 같은 작은 엔진이 달린 목선을 타고 멀리까지 나갔다 사고를
당하는 것"이라고 했다.그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어선들끼리 고기를 뺏는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고 했다.
▶북한의 어로 전투에는 군인도 동원된다.
2015년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앞바다에 떠내려온 목선 3척에는 '보위부' '조선인민군'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 배들에서 시신 10구가 발견됐다. 이 세상에 지옥이 있다면 북한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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