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상처와 절망… 너무나 인간적인

바람아님 2017. 8. 26. 07:06

(조선일보 2017.08.25 김윤덕 기자)


[테이트 명작전 - NUDE] [3] 인간 본질 파헤친 '문제적 누드'



눈부시게 아름다운 몸만 누드화의 대상이 된 건 아니다. 뱃살 축 늘어진 여인, 병들어 뼈만 앙상한 남자, 

온몸에 상처 입은 소녀도 캔버스를 차지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매개라고 예술가들은 믿었다.


대리석처럼 부드럽고 흰 피부를 지닌 고전주의 누드와 달리 거칠고 얼룩덜룩한 붓질로 몸을 표현한 루치안 프로이트의 ‘헝겊 뭉치 옆에 선 여인’. 1988~1989년 사이 완성한 작품이다. 168.9×138.4㎝, 캔버스에 유채. 루치안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이기도 하다.

대리석처럼 부드럽고 흰 피부를 지닌 고전주의 누드와 달리 거칠고 얼룩덜룩한 붓질로 몸을 표현한 루치안 프로이트의 

‘헝겊 뭉치 옆에 선 여인’. 1988~1989년 사이 완성한 작품이다. 168.9×138.4㎝, 캔버스에 유채. 

루치안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이기도 하다. /테이트 미술관


당대 '생존하는 가장 위대한 사실주의 화가'로 불렸던 루치안 프로이트(1922 ~2011) 누드는 대표적이다. 

'베네피츠 슈퍼바이저 슬리핑'은 거구의 여성이 소파에 누워 잠든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200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생존 작가 최고 경매가인 353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테이트 명작전'에선 그의 또 다른 걸작 '헝겊 뭉치 옆에 선 여인'을 볼 수 있다. 대리석 피부를 지닌 고전주의 누드와는 

딴판으로 늘어진 군살, 얼룩덜룩한 피부의 여인을 거칠고 두툼한 질감으로 표현했다.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이기도 한 그는 "육체를 통해 삶의 진실이 드러난다"고 믿었다.


트레이시 에민의 ‘너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날 버리고 떠나지 마였다Ⅱ’, 2000년, 80.5×109.5㎝, 종이에 디지털프린트

트레이시 에민의 ‘너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날 버리고 떠나지 마였다Ⅱ’, 

2000년, 80.5×109.5㎝, 종이에 디지털프린트


트레이시 에민(54)의 사진 '너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날 버리고 떠나지 마였다'에는 초라한 알몸의 처녀가 등장한다. 

헛간 구석에 등 돌려 앉은 여자는 작가 자신이다. 어린 시절 성적 학대, 우울증, 자살 시도로 이어진 트라우마를 

예술로 치유해온 에민의 작품들은 섬뜩하면서도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묘한 힘을 지녔다.


전쟁의 음울한 공포를 누드로 묘사한 폴 델보의 '잠자는 비너스', 1944년, 172.7×199.1㎝, 캔버스에 유채.

전쟁의 음울한 공포를 누드로 묘사한 폴 델보의 '잠자는 비너스', 1944년, 172.7×199.1㎝, 캔버스에 유채.


폴 델보(1897~1994)의 '잠자는 비너스'는 시대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누드다. 

관능적 자태로 누워 있는 비너스 앞에 해골이 서 있다. 2차 대전 나치에 맞선 벨기에의 음울한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낸 작품. 

그뤼베(1912~1948)의 '욥' 역시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를 깡마른 사내의 몰골로 은유한 사실주의 작품이다. 

쭈글쭈글 늙어가는 남자의 몸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코플란스(1920~2003)의 '자화상'도 인상깊다. 

몸에 기록된 삶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초로의 남성, 그 쓸쓸함이 느껴져 가슴 뭉클하다. 

피카소가 87세에 그린 '목걸이를 한 여성 누드'와 성적(性的) 관음증을 묘사한 판화도 놓쳐선 안 된다. 

죽음이 다가옴을 의식한 거장의 성(性)에 대한 집착과 그 절망감을 목격할 수 있는 진귀한 작품이다.


(왼쪽 사진)전쟁의 고통을 성경 속 욥의 고난에 빗댄 프랑시스 그뤼베의 ‘욥’, 1944년, 161.9×129.9㎝, 캔버스에 유채. (오른쪽 사진)말년에도 예술적 영감이 넘쳐 흘렀던 파블로 피카소가 87세에 그린 ‘목걸이를 한 여성 누드’, 1968년, 113.5×161.7㎝, 캔버스에 유채.

(왼쪽 사진)전쟁의 고통을 성경 속 욥의 고난에 빗댄 프랑시스 그뤼베의 ‘욥’, 

1944년, 161.9×129.9㎝, 캔버스에 유채.

(오른쪽 사진)말년에도 예술적 영감이 넘쳐 흘렀던 파블로 피카소가 87세에 그린 

‘목걸이를 한 여성 누드’, 1968년, 113.5×161.7㎝, 캔버스에 유채.


테이트 명작전이 열리는 소마미술관은 오는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122점 명작들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월요 포토데이'와 입장료 할인 이벤트를 실시한다.


(왼쪽 사진)무기력한 상황에 처한 여인을 표현한 신디 셔먼의 ‘무제 #97’, 1982년, 114.3×76.2㎝, 크로모제닉 컬러 프린트. (오른쪽 사진)여인의 근육과 갈라진 빵 껍질을 대비시켜 실존의 문제를 다룬 장 엘리옹의 ‘빵이 있는 누드’, 1952년, 130.1×97㎝, 캔버스에 유채.

(왼쪽 사진)무기력한 상황에 처한 여인을 표현한 신디 셔먼의 ‘무제 #97’, 

1982년, 114.3×76.2㎝, 크로모제닉 컬러 프린트.

(오른쪽 사진)여인의 근육과 갈라진 빵 껍질을 대비시켜 실존의 문제를 다룬 장 엘리옹의 

‘빵이 있는 누드’, 1952년, 130.1×97㎝, 캔버스에 유채.


(왼쪽 사진)모델을 아름답게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렸던 앨리스 닐의 ‘키티 피어슨’, 1973년, 152.2×76.5㎝, 캔버스에 유채. (오른쪽 사진)리네케 딕스트라의 ‘줄리, 헤이그 네덜란드, 1994년 2월29일’, 1994년, 117×94.5㎝, 종이에 사진. 태어난 지 1시간 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실제 모습이다.

(왼쪽 사진)모델을 아름답게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렸던 앨리스 닐의 ‘키티 피어슨’, 

1973년, 152.2×76.5㎝, 캔버스에 유채. 

(오른쪽 사진)리네케 딕스트라의 ‘줄리, 헤이그 네덜란드, 1994년 2월29일’, 

1994년, 117×94.5㎝, 종이에 사진. 태어난 지 1시간 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실제 모습이다.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

소마미술관에서 12월 25일까지


▲장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10월 30일까지 휴관일 없음)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65세 이상 6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 

  인터파크와 티몬에서 입장권 할인 판매 중.


▲문의: (02)801-7955, www.tateseoul.com


▲주최: 조선일보사·국민체육진흥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