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설왕설래] 하늘정보 왕따 한국

바람아님 2017. 8. 31. 09:35
세계일보 2017.08.30. 21:18

야치 소타로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 일본은 한국과의 정보 공유 및 협력에 망설여진다”고 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5월 한국 의원들에게 했던 경고다. 위성정보에서 앞서 있는 일본이 정보 제공을 꺼리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당시 미국 정부 내에서 한국 정부를 못 믿겠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정보를 주면 북한과 언론에 샌다는 게 이유였다.


위기 속 한국은 작년 11월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했다. 말이 협정이지 정보수집 위성 5기, 요격미사일 장착 이지스함 6척, 1000km 탐지 가능한 지상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를 가동하는 일본에 얹혀 가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일본이 정보를 주지 않으면 우리는 까막눈이 된다. 한·미·일은 2014년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공유약정(TISA)’도 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을 되짚어 보면 우리가 정보왕따에 내몰리고 있다. 일본은 29일 오전 6시2분 홋카이도 등지에 긴급대피 경보를 발령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5분 만이다. 경보발령 4분 뒤 미사일이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했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 지시가 떨어진 3시간 동안 회의만 했다. 앞서 26일 미국과 일본, 러시아가 북한 발사체를 단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했을 때 청와대는 방사포라고 했다. 레이더 판독에만 의존하니 이럴 수밖에 없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정보가 먹통이 된 시점은 5월14일이다. 일본은 북한의 ‘화성-12’ 시험발사에 대해 “30분간 비행, 고도 2000km가 넘는다”고 곧바로 발표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틀간 줄곧 침묵했다. 4월4일 북한의 ‘북극성 2형’ 계열 탄도미사일과 4월28일 실패한 미사일 발사 때 발사각도, 비행시간, 최대고도 등을 즉각 언론에 제공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정부 교체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미 국무장관이 ‘일본은 동맹국, 한국은 파트너’라고 규정했던 게 정보왕따 경고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마다 미국 대통령이 당사국인 한국을 제쳐놓고 일본 총리와 대책을 논의하는 게 향후 전개될 상황의 징조인 것 같아 걱정이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