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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출산 후 자녀와 식 올리는 '시차 결혼' 부상

바람아님 2017. 9. 6. 09:27
세계일보 2017.09.05. 14:38

일본에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결혼식은 출산 후 자녀와 함께하는 ‘시차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얼핏 동거나 임신결혼과 비슷해 보이지만,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다 경제적인 여유를 마련한 뒤 자녀와 식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시차 결혼의 증가는 임신결혼과 재혼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결혼 준비에 대한 부담과 결혼 전반에 대한 의식이 바뀐 결과이며, 몇몇 젊은 부부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준비과정을 착실히 거쳐 식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시차 결혼의 가장 큰 장점으로 ‘준비의 여유로움’을 꼽는다.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하여 대출로 결혼식을 올리는 등 비용에 대한 부담이 결혼을 망설이게 하지만, 이들은 시차 결혼을 통해 부부가 함께 거주할 신혼집이나 결혼식 비용을 준비할 수 있고, 도중 이별 등 불행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외에는 주변에서 혼인 여부를 알 수 없어서 ‘이혼남, 이혼녀’라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또 이혼과 재혼이 증가하는 요즘 이러한 변화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도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여 결혼식장과 피로연장에 부부의 자녀와 하객으로 참여한 어린이들의 공간을 별도 마련하고, 여기에 식이 거행되는 동안 놀 수 있는 장난감이나 만화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늘어난 수요를 잡기 위해 바쁜 모습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부들에게는 자녀를 식에 참석하게 하여 신랑·신부 입장에 들러리로 동반하는가 하면, 케이크 커팅 시 가족이 함께 앉을 의자를 마련하여 자녀와 함께 식을 진행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반면 일부 부부들은 아이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하객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식장에서 놀 수 있도록 한다고 전해졌다.


1년 3개월간 시차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지난주 결혼식을 올린 아메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임신, 내 집 마련 등 많은 일이 겹쳐 결혼식을 미뤄왔다”며 “부부가 힘을 모아 빚을 지지 않고 식을 올릴 수 있는 게 가장 좋았지만, 아이들과 결혼식을 함께하고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점도 맘에 든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떨어져 지내며 각자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도중에 지치거나 변심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부로서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만큼 부부애가 깊어지고 그만큼 보람이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아메씨가 결혼식장에서 아이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그는 "세살 아이들과 결혼식을 올리고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시차 결혼 중인 여성 츠바키(35)씨는 “남편이 고정된 월급을 착실히 모아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불가능하다”고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았다. 이어 “부부가 함께 소비나 지출을 계획하고 내 집 마련 등 구체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빠르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맞벌이로 경제적인 여유를 마련하고 함께 관리할 수 있다”며 “연애하면서 각자 다른 집에 살며 집세나 생활비, 공과금 등을 지출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이점이 있고 늘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자녀가 함께하는 결혼은 사진부터 다른 모습이다.
결혼 사진에 부부만 있는 건 이들에게 편견이다.

개인마다 다른 사정과 환경 그리고 인식의 변화가 이러한 시차 결혼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어진 환경을 부부가 함께 헤쳐나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