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時評>'복지 팽창' 예산으론 성장 못 이끈다

바람아님 2017. 9. 6. 09:31
문화일보 2017.09.05. 12:20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문재인 정부의 예산정책은 겉으로는 ‘경제성장’을 중요한 목표로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복지 팽창’ 예산이다. 이를 ‘소득 주도 성장’으로 포장했지만, 그것을 납득하기엔 허점이 많다. 주류 경제학을 공부한 경제학자라면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도 예산 총액은 429조 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올해 예산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정부 팽창’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가장 강조된 복지예산은 전년 대비 약 13% 증가했다. 예산을 평가할 때 전년 대비 증가율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증가한 액수를 봐야 정확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내년 예산의 총증가액은 28조4000억 원이다. 그런데 전체 증가액에서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16조7000억 원/28조4000억 원) 수준이다. 복지 부문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고, 늘어난 예산의 약 60%가 복지에 투입되는 것이다. 향후 복지예산의 비중은 점차로 커질 것이고, 정부 예산은 복지 중심의 정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산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을 이끄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복지 부문의 투자를 ‘사람 투자’라고 했다. 사람 투자를 통해 소득 주도 성장을 한다는 의미다. 얼핏 들으면 따뜻함이 느껴진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은 ‘물적 투자’라고 치부하며 전년 대비 20%를 삭감했다. 아마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일어났을 경우를 제외하고, 이런 급진적 변화는 처음일 것이다. ‘사람 투자’가 강조되는 바람에 ‘물적 투자’는 서자 취급을 받았다.


문 정부의 선택은 잘못됐다. ‘물적 투자’는 물질을 위한 투자가 아니다. ‘사람을 위한 물적 투자’다. 세상에 물질을 위한 투자는 없다. 정부가 예산 지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꾀하는 이론적 배경에는 케인시안 경제학이 있다. 정부 지출을 확대함으로써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논리다. 케인스 이론을 현실 정책에 응용해 성공한 예로 미국의 뉴딜정책이 있다. 그러나 이때 정부 지출 확대는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케인스 경제학은 이후 정교하게 지출 부문별로 나누어 경제성장 효과를 비교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결론은 단순 명료하다. 복지 지출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SOC 등 지출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굳이 복잡한 경제 모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식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복지를 늘려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면, 이 세상에 빈국(貧國)이 어디에 있겠는가? 복지는 성장의 결과로서 소외계층을 위해 지출하는 것이지, 복지를 통해 성장하겠다는 논리는 케인스 경제학에도 없다.


그런데도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복지예산을 연평균 거의 10% 수준으로 높인다고 한다. 만약 복지가 사람 투자이고,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면 명목과 실질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다. 그러나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는 복지 팽창 예산정책으로 국가 경제가 망가졌다.


SOC 투자는 물적 투자다. 그와 동시에 물질을 통해 국민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효과적인 재정 지출이다. 건설업은 그 자체 성장도 중요하지만, 다른 산업의 성장을 촉발하는 전후방 효과가 크다. 그만큼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정부의 SOC 투자는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 결국, SOC 투자는 물적 투자가 아닌 사람을 위한 투자다. 선진국을 여행하면서 감탄하는 자연환경 속 도로·항구 등의 시설물들은 모두 SOC 투자를 통해 이뤄졌다. 투자에 따른 효과를 보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주어지는 ‘보편적 복지’이기도 하다. 결국, 물적 투자인 SOC는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 복지가 된다.


문 정부의 복지 중심 예산정책은, 내세운 논리와는 달리 경제성장에 주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이미 현 정부는 기업의 경제 자유를 억제하는 많은 규제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와 함께 예산정책도 소득 주도 성장을 외치지만, 실제 경제성장과는 관계 없이 집권 기간에 ‘나눠 먹기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현 정부 집권 동안 우리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