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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美 프랜차이즈의 운명 가른 것도 갑질이었다

바람아님 2017. 8. 28. 06:54

(조선일보 2017.08.28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미국 가맹 본부들도 70년대엔 가맹점에 물품 高價판매 갑질 

본부·가맹점 간 분쟁 벌였지만 美 공정위 규정 개정 노력에 

구매협동조합 결성으로 화답해… 우리 업계도 상생 방안 찾아야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가맹본부가 구입한 피자 소스를 가맹점인 우리에게는 7배가 넘는 가격에 팔고 있어요." 

"포장재, 조리 도구, 심지어 휴지통, 재떨이까지 굳이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값비싼 제품으로 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리고, 참석한 가맹점주들의 성토가 이어진다. 

참다못한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2017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프랜차이즈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195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약 20년에 걸친 프랜차이즈 붐이 잦아들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격렬한 분쟁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가맹점 모집 사기, 가맹본부 부실 등과 함께 불공정한 관행으로 가장 지탄받았던 것은 가맹점에 필수물품을 고가(高價)에 

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1970년대에는 필수물품 구입 강제가 경쟁법 위반이라는 가맹점주들의 집단소송이 

줄을 이었다. 결국 프랜차이즈는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미국 정부는 분쟁 해결을 위한 규제 도입에 나섰다. 

미 공정거래위원회는 1979년 프랜차이즈 관련 규정을 제정해 가맹본부가 아주 상세한 정보까지 예비 창업자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다행히 업계도 상황을 방관하지만은 않았다. 

더 강한 규제가 만들어지기 전에 자정 노력을 통해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가맹본부들은 물품공급 이윤을 포기하고서라도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도모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묘안을 찾아 나섰다. 대표적인 예가 '던킨도너츠'다. 던킨은 패스트푸드 업계 최초로 가맹점주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지정된 필수물품을 점주들이 직접 공동 구매하고, 구입 단가를 협상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던킨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원가 급등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후 던킨을 필두로 KFC, 버거킹, 서브웨이 등도 구매협동조합 설립에 동참했다. 

특히 최고 성공 사례로 꼽히는 버거킹의 경우, 

구매 단가 인하로 1997년 한 해 가맹점 한 곳당 약 630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가맹본부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상생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1981년 설립된 샌드위치 전문 프랜차이즈 A사는 한때 세계 각국에 5000여 곳의 가맹점을 보유한 인기 브랜드였다. 

그러나 정작 가맹점주에게는 냉장 식재료부터 매장 배경음악 CD, 화장실의 비누까지 필수물품으로 지정해 고가에 판매하고, 

막대한 수익과 리베이트까지 챙겨 끊임없이 분쟁에 휘말렸다. 

가맹본부가 기존 점포 인근에 신규 가맹점을 출점시키기도 했다. 

한 가맹점주는 이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으나 본부가 모르쇠로 일관하자 점주협의회를 구성하려 했다. 

그러자 본부는 계약을 해지했고 좌절한 점주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가맹본부와 점주들 간의 갈등은 절정에 달하고, 결국 A사는 매출 하락과 잇따른 폐점으로 악전고투하다 

8년 후 파산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런 미국 A사와 한국 미스터피자의 한 점주가 보복 조치를 당한 후 생을 마감한, 

기막힌 '데자뷔'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현재의 시장 규모는 GDP의 약 6%에 해당하는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급성장의 이면에 있던 가맹본부의 갑질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근절하려는 규제입법 논의가 활발한데, 업계도 이제는 나서서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보여줘야 할 때다.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더욱 강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사례처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함께 상생하는, 감동의 데자뷔를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