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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 리스크'가 '북핵 리스크'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

바람아님 2017. 9. 9. 08:39

(조선일보 2017.09.09)


한·중 수교 25주년인 올해 역설적으로 중국이라는 나라의 실체를 새삼 절감케 된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숙명적 존재다. 

그런 나라가 자신들의 이해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 싶으면 이웃 나라를 향해 서슴없이 폭력적 행태를 보인다. 

최소한의 정경(政經)분리 같은 국제사회의 기본 룰조차 기대할 수 없다. 

'세계 최악의 지정학적 불행국이 한국'이란 말이 실감 난다.


중국 공산당은 북한의 첫 핵실험 후 내부 회의를 통해 '북핵 막겠다고 북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래도 실제 북이 핵을 갖는 상황이 닥치면 입장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대북 원유 송출을 막는 유엔 제재안에 대한 중국 태도를 보아야겠지만 아직 긍정적 신호가 없다. 

이번에도 반대하면 중국 자체가 북핵 폐기의 걸림돌이 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북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핵을 막기 위한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선 '김치 먹어 멍청' '개구리밥 될 것' '절, 교회 가서 기도나 하라'고 한다.

사드 보복은 폭력적 양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마트는 20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철수키로 했고 롯데마트는 연간 손실액이 1조원대로 치솟을 것이라 한다.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의 협력·부품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차별 등으로 몇 개월째 생산라인이 

서 있는 곳이 많다. 

삼성 스마트폰은 시장 점유율 1위에서 9위로 추락했다. 화장품·한류·관광 쪽은 더 심각하다.


기회라던 중국 시장이 이제는 악몽이다. 직접 계기는 사드 보복이지만 중국 시장의 위험성은 예고됐던 일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외국 기업 우대 정책을 폈다. 자본·기술·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단기간에 경제개발을 이룬 한국은 중국의 롤 모델이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춰가자 외국 기업 우대가 일순간에 차별로 바뀌었다. 

특히 경쟁 업종이 많은 한국 업체들에 대해 심하게 한다.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을 것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나라 중에 크고 작은 전쟁을 겪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다. 

2차 대전 이후에도 러시아, 인도, 베트남과 폭력적 국경 분쟁을 벌였다. 

베트남에 대해선 '교훈을 준다'며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 

지금도 인도와 무력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남중국해에선 인공 섬을 만들어 바다의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체제 인사에 노벨상을 주었다는 이유로 노르웨이산 해산물에 무역 보복을 했다. 

이런 갈등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도 '기회의 시장'만이 아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결정적 차별을 받고 있다. 

사드 문제가 끝나도 이런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대(對)아시아 패권적 행태는 더 심해질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권위적 1인 지배 추구는 대외 관계에 그대로 투영될 수 있다. 

이 피해는 제일 먼저 우리에게 닥친다.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조차 받지 않고 무시하고 있다.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호혜관계'라는 좋은 말로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인권과 정치적 자유, 자유 언론, 자유 시장이 없는 중국은 본질적으로 심각한 리스크다. 

'중국 리스크'는 이제 '북핵 리스크' 못지않게 커져가고 있다. 

중국의 13억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폭력적 국가에 수출의 25%를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관리해야 할 국가적 위험이다. 

중국은 언제든지 이 약점을 이용해 이웃을 공격하는 나라다. 

기업과 정부가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을 갖고 중국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