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10.19 박건형 논설위원·산업2부 기자)
작년 초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고 올해 커제 9단까지 완파하자
'바둑의 신(神)'이 나타났다고들 했다.
어제 딥마인드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새 알파고를 공개했다.
알파고제로(0)라는 이름의 이 인공지능은, 이세돌과 상대했던 알파고를 바둑 공부한 지 3일 만에 넘어섰다.
40일간 2900만 판의 바둑을 혼자 둔 뒤 자신 이외에는 절대 지지 않는 존재가 됐다.
이전 알파고를 '신의 경지'라고 했던 것은 단지 인간의 좁은 시야로 본 찬사에 지나지 않았다.
▶이전 알파고는 인간 고수들이 뒀던 바둑 기보 16만 건을 먼저 배웠다.
그 후에 수를 바꿔보고 새로운 수를 찾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3000년 넘는 인간 바둑을 정복하기에 16만 건의 기보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의 바둑과 비슷한 수를 구사하면서 그보다 높은 경지를 찾아내 인간 최고수들을 절망하게 했다.
이번에 그를 누른 알파고제로는 또 다르다. 단 한 장의 기보도 보지 않고 바둑을 터득한 것이다.
▶알파고제로의 진화는 인간의 행동심리학을 적용한 덕분이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제로를 '비어 있는 서판(tabula rasa)'이라고 표현했다.
진화학자 스티븐 핑커가 갓 태어난 아이는 백지와 같다며 사용했던 말이다. 알
파고제로는 무작정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아이가 잘한 일을 칭찬해주면 자연스럽게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한다.
알파고제로에게는 최고의 칭찬이 승리하는 것이었다.
칭찬받기 위해서는 승리해야 하니 옳은 수만 찾는다. 그렇게 프로그램됐다.
▶오롯이 혼자서 바둑을 깨달은 알파고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전문가들은 바둑판처럼 외부 개입이 없는 닫힌 세계라면 어디든 쓸 수 있다고 본다.
차량 정체는 모든 도시의 골칫거리이다.
알파고에 차량 이동 정보와 도로 현황, 주차 공간 등을 알려주면 완전히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
건물이나 도시의 에너지 효율화, 신약 개발, 질병 치료법 개발에도 쓰일 수 있다.
인간이 경험과 고정관념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틀을 인공지능은 깰 수 있다.
▶알파고는 마음이 없다.
알파고는 바둑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신호를 빠르게 계산하고 분석해 결과를 내놓을 뿐이다.
알파고는 인간의 한계가 고정관념과 경험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인간은 그 고정관념과 경험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요체라고 자위해 왔다.
그러나 그런 자위조차 언제 깨질지 모른다.
능력이 너무나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을 보면서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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