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7.11.02. 21:08
발우공양과 단무지
스님들의 식사를 발우공양이라 한다. 발우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일컫는다. 음식도 단출하지만 식사법 역시 간결하고 단순하다. 다 먹고 난 뒤 그릇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어야 한다. 수십명 스님의 발우를 헹궈낸 물이 맑다는 것도 이 같은 식사법 때문에 가능하다. 밥알이나 반찬, 국물이야 다 먹는다고 하지만 그릇에 묻은 양념은 어떻게 남김없이 비워낼까. 비빔밥이나 카레 같은 메뉴라도 나온다면 숟가락으로 양념을 긁어먹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럴 때 사찰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단무지다.
단무지로 발우 안에 남은 양념을 깨끗이 닦아내 마저 먹는다면 고춧가루까지 남기지 않고 비울 수 있다. 예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법륜 스님이 출연자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으면서 단무지로 그릇의 짜장 소스까지 닦아 먹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단무지는 예전에 주로 ‘다꽝’ ‘다꾸앙’이라는 말로 불렸다. 단무지의 유래에 대한 여러 주장이 있지만 일본에서 들어와 토착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교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박부영이 쓴 <불교풍속고금기>에는 “일본의 대선사인 다꾸앙 스님이 선식으로 즐겨 먹었던 것을 일본에서 스님의 법명을 따 ‘다꾸앙’으로 불렀다”면서 “쌀겨와 소금으로 무를 절이고 버무린 뒤 항아리에 담아 익혀 먹던 것”이라고 나와 있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다꾸앙 스님(Takuan Soho·1573~1645)은 불교 선종 5가의 한 파인 임제종의 대표적 고승으로 알려져 있다. 열 살에 출가했으며 검술, 다도, 조경, 수묵화, 글에 두루 능해 일본 전통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를 일본의 전설적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정신적 스승이라고 묘사한 문학작품들도 있다.
대중들이 모여들고 템플스테이 규모가 큰 대형 사찰에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단무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시판되는 단무지의 강한 색소나 화학성분을 꺼려 자체적으로 단무지를 만들거나 간편하게 무짠지를 담가 먹는 경우도 있다. 비구니 스님이 있는 사찰은 주로 무짠지를 많이 담근다. 그냥 먹어도 되고 물에 담가 간을 뺀 뒤 다양한 양념과 버무려 반찬으로 활용하기 좋아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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