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수교 방해하던 청나라
힘없는 조선의 고종도 맞섰는데
경제강국 한국 중국에 당당해야
중국의 거친 대응은 외교부 관리가 1년 전 한국에 왔을 때도 문제가 됐다. 그는 한국 대기업 간부들을 만나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냐”며 “한국이 사드 배치를 하면 단교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19세기 말 조선 총독 행세를 하던 청나라의 20대 위안스카이에게 당했던 모욕의 반복이다. 8개월 전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속삭인 것도 예사로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힘이 약한 조선도 대들었는데 명색이 경제강국인 한국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위안스카이는 탈청(脫淸)자주 노선의 구심점인 고종을 혼군(昏君)으로 매도했고, 폐위시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했다. 독일·미국·프랑스 등 다른 나라로부터의 차관 도입을 막고 오직 자국 차관으로 조선의 바닥난 재정을 연명하게 했다. 내정과 외치를 간섭하고 각종 이권을 독점하기 위해서였다. 청상(淸商)들에게 군함을 이용한 조선 인삼 밀수를 부추겨 경제와 통상 질서를 뒤흔들었다. 적발당한 청상들은 폭도로 돌변해 인천해관을 습격했다. 사드 보복은 저리 가라였다.
120년 전에도 이 작은 나라를 둘러싼 강대국의 이해관계는 복잡했다. 중국은 한국이 속국이라면서 미국과의 수교를 방해했다.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이 천신만고 끝에 미국 함정을 타고 워싱턴DC로 떠날 때 위안스카이는 영약삼단(另約三端)이라는 해괴한 원칙을 통보했다. 주재국에 가면 먼저 청국 공사관에 알린 뒤 청국 공사와 함께 주재국 외교부를 방문하고, 외교 모임에서는 청국 공사의 아랫자리에 앉고, 문제가 생기면 청국 공사와 합의 처리하라는 치욕적인 명령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진핑은 한국의 대통령을 환대할 것이다. 그리고 ‘핵심 국가이익’으로 규정한 사드 문제를 유리한 쪽으로 대못을 박으려 할 것이다. 아차 하는 순간 한·미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이 아무리 엄포를 놓아도 사드 보복에는 한계가 있다. 안보 문제로 또다시 경제보복을 하는 것은 시진핑의 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를 훼손시킨다. 한국의 중간재 산업과 결합된 중국의 산업은 더 큰 피해를 본다. 중국이 한국을 밀어내면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일본, 그리고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천안문 사태로 중국이 고립된 1992년 수교해 경제성장의 파트너가 돼준 한국에 대한 보복은 ‘중국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나라’라는 최악의 신호가 된다. 한국이 중국에 맞서는 데 사용할 논리와 근거는 이렇게 차고도 넘친다.
19세기 말의 쓰러져 가는 조선의 군주 고종은 맨손으로 청국의 횡포에 맞섰다. 몽골은 중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지만 중국은 보복하지 못했다. 베트남도 전쟁을 불사하고 중국의 간섭과 압력을 뿌리쳤다. 힘이 약한 나라도 죽기를 각오한다면 강대국과 맞설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중국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써서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면 사드 배치가 필요 없는 상황이 온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가 당당해야 중국에 무시당하지 않고 한·미 동맹도 지킬 수 있다. 경제강국, 자주독립국의 대통령답게 할 말은 꼭 하길 기대한다.
이하경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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