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12.28 최유식 국제부장)
트럼프, 무역 문제에만 관심
中 학자들 "트럼프 집권 4년이 주변국에 영향력 다질 시기"
韓은 중국 확장욕에 대비해야
최유식 국제부장
최유식 국제부장
중국 공산당은 미국 공화당을 자산가 계급 정당으로 분류한다.
공산당원들 사이에서도 리버럴한 민주당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
반면 최고 지도부 내에는 공화당이 더 상대하기 좋다는 인식이 있다.
민주와 인권을 꼬치꼬치 따지는 민주당 정부보다는 입맛에 맞는 딜(거래)만 이뤄지면 다른 문제는 통 크게 넘어가는
공화당 정부가 더 낫다는 것이다. 마오쩌둥도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더 솔직하고 융통성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최근만 따져봐도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기는 미·중 관계가 좋았던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는 양국 관계가 냉랭했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에 따라 동남아를 휘젓고 다니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넌더리를 쳤다.
작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중국 최고 지도부는 환호성을 올렸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한 지난달 중국은 그에 대해 더 확신을 갖게 된 듯하다.
백악관 외교·안보 참모들은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오바마의 아·태 재균형 전략을 한 단계 발전시킨 인도·태평양 전략을
예고했다. 인도와 일본·호주 등을 축으로 아시아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을 묶어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과정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미국산 제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2500억달러 이상의 구매 계약서를 받아든 중국에서는 중국 당국이 싫어할 얘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의 위협 앞에 놓인 아·태 지역 동맹국과 우호국을
안심시키기보다 공정 무역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런 트럼프를 '세일즈맨'이라고 조롱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아시아 순방을 정리하면서 '트럼프는 부상하는 중국을 위해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썼다.
283조원어치 계약 따내서인가, 흡족한 트럼프…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2535억달러(약 283조원) 규모의 무역·투자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집권 4년이 중국에 전략적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 때와 달리 아·태 지역 주도권에 집착하지 않는 지금이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을 다질 시기라는 것이다.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대국이 굴기(崛起·우뚝 일어섬)하려면 주변 지역부터 자신의 '뒷마당'으로
바꿔 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미 뒷마당이 된 중앙아시아에 이어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 남아시아도 영향권 내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인도는 중국과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전략적 협력이 어려운 국가라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남중국해 문제로 멀어진 동남아 국가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끌어들여야 할 대상으로 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공약이 느슨해진 틈을 타 이 국가들과 안보 협력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중국 경제 발전의 과실을 향유하면서도 미국의 힘에 기대 중국에 대항하는 나라들은 손봐야 할 대상으로 꼽는다.
대표적 사례가 싱가포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마치고 홍콩을 거쳐 귀국하던 싱가포르군
장갑차를 두 달여 동안 압류해 애를 먹였다.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회의 때는 아예 싱가포르를
초청 대상에서 뺐다. 노골적인 보복이 계속되자 리셴룽 총리가 지난 9월 베이징으로 날아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해야 했다. 이런 중국식 주변국 분류 방식에 따른다면 우리나라는 아마도 싱가포르에 가까울 것이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사드 보복은 싱가포르에 대한 중국의 보복과 겹치는 측면이 적잖다.
중국의 '미 동맹국 흔들기'는 아마도 트럼프 집권기 내내 더 거세질 것이다.
우리가 어떤 외교·안보 선택을 할 때마다 미국과 대등하게 중국의 이해를 고려하라고 나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으로 잠시 수그러든 사드 문제를 다시 들고나올지도 모른다.
이제 사드 보복은 지나갔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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