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1.06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국제에너지價 '대세 상승' 진입
유류세, 소비자 가격 부풀리고 가짜기름 유통·시장 질서 왜곡
유류세 인하하고 규제 대폭 완화… 脫원전·脫석탄 주장도 반성해야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새해 들어 고(高)유가 시대 재현 조짐이 보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3년 만에 최고로 상승했고, 국제 에너지가격지표(EPI)는 4년만에
'대세 상승장'에 진입했다. 석탄·가스 가격이 들썩이고 국제 정세 불안정으로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행히 원화의 상대적 고(高)평가로 당장 충격은 약하다. 하지만 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오르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랐던 10년 전의 악몽(惡夢)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이런 차원에서 무엇보다 1994년 10년 한시적으로 도입한 후 24년째 존속되고 있는 유류세(油類稅)를 포함한 정부의
석유 정책 개편이 시급하다. 휘발유·경유·등유 등에 부과하는 유류세는 자동차 운행 억제와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문제는 휘발유 소매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55~60% 정도로 너무 높아 소비자 가격을 부풀린다는 점이다.
실제 배럴당 62달러(리터당 424원)에 수입한 두바이유를 가공해 공장 정제비와 마진, 주유소 인건비 등을 모두 포함해
판매하는 휘발유 소비자가격 1542원 중 유류세는 878원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유류세를 내지 않은 값싼 가짜 기름이 버젓이 팔리는가 하면, 소비자의 연료 선택 왜곡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일례로 경유는 정유사의 출고가격이 602원으로 휘발유보다 27원이나 비싸지만, 소비자 가격은 207원이나 싼 1335원이다.
경유에 붙는 유류세가 휘발유보다 236원이나 낮기 때문이다. 낮은 연비와 출력에도 불구하고 LPG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이런 구조 탓이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미미하고 정부의 세금 수입 감소만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던 2008년 3월, 정부는 한시적으로 수천억원대의 유류세를 내렸으나
당시 국제 유가가 워낙 가파르게 올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국제 유가 등락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요즘이야말로 유류세를 내릴 절호의 기회다. 유류세 인하로 가짜 기름에 의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영업용 택시에 대한 유가 보조금과 화물차에 지급하는 유류세 환급금, 농어민의 면세유 제도까지
정리하면,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해 실질적인 세수(稅收)는 더 크게 늘 것이다.
규제와 간섭도 대폭 풀어야 한다. 농민 단체인 농협이 뛰어들어 운영하는 알뜰주유소를 정리하는 게 대표적이다.
알뜰주유소의 경우 셀프인 것을 감안하면 기름값이 싸다고 볼 수 없다. 알뜰주유소로 말미암아 수천 개의 저소득층 일자리가
사라진 부분도 아쉽다. 이는 1970~80년대식 관행과 사고방식에 젖은 정부가 시장에 불필요하게 개입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원전은 위험하고 석탄은 더러워 포기해야 한다는 감성적인 탈(脫)원전·탈석탄 주장도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발전소나 정유 공장에서 심각한 인명(人命)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다.
그만큼 우리의 발전·정유 관련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히려 세계 6위 규모의 정유 산업을 보유한 우리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한편, 시장 질서를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개편해 세계 최고 품질의 기름을 값싸면서도 안전하게 쓰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다.
첫걸음은 유류세를 합리적 수준으로 개편하고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축소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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