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 저승 세계를 그린 영화 '신과 함께'. 미래에 인간은 어쩌면 죽지 않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영화 신과 함께]](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296c9db3-3584-436b-9d0a-20b7ccb6bc86.jpg)
죽음 이후 저승 세계를 그린 영화 '신과 함께'. 미래에 인간은 어쩌면 죽지 않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영화 신과 함께]
구약성경에는 위와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누군가 죽을 때를 묘사해 놓은 것이죠. 아마도 이 사람은 생전에 매우 건강했던 모양입니다. 구약은 유대인들의 종교적 기록이니 일반 역사서와는 달리 해석해야겠죠. 실제 일어난 일이라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이 갖고 있던 믿음과 소망을 사실처럼 기록해 놓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저와 같은 사람들의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창세기를 읽다 보면 120세까지 살았다는 이 사람의 이야기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들립니다. 구약이 역사서는 아니지만 3000년 전 유대인의 가치와 믿음을 기록한 정신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만들어 내고자 했던 완벽한 신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의 세상과 사후의 세계에 대한 믿음을 기록해서죠.
자, 그렇다면 120세까지 살았다는 저 인물은 누굴까요? ‘홍해의 기적’으로 유명한 바로 그 모세입니다. 구약의 창세기와 출애굽기 등 5개 장은 모세에 대한 내용이 많아 ‘모세오경’으로 불리기도 하죠. 모세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유대인들의 이집트 탈출, 가나안 땅을 향한 모험 등 당시 유대인의 삶을 보여주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죠.
![이탈리아의 화가 베로네세가 그린 '모세의 발견'. 모세는 태어나자마자 나일강에 버려졌으나 파라오의 딸에게 발견돼 왕궁에서 자란다. [두산백과]](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3646c783-ef7b-4460-b6e0-e24528161c9c.jpg)
이탈리아의 화가 베로네세가 그린 '모세의 발견'. 모세는 태어나자마자 나일강에 버려졌으나 파라오의 딸에게 발견돼 왕궁에서 자란다. [두산백과]
성인이 된 모세는 학대받는 유대인을 구하려다 이집트인을 살해하고 미디안 땅으로 도망을 갑니다. 그 곳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이집트로 돌아오죠. 유대인을 이끌고 이집트 탈출을 시도한 그는 홍해를 둘로 가르며 신이 약속한 땅 ‘가나안’을 향해 나아갑니다. 비록 모세는 가나안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그 때 나이 120세였습니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1596년 함부르크판 히브리어 역대기, 1543년 파리판 히브리어 창세기, 1913년 파리판 히브리어 신ㆍ구약성경.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3b09c666-db6a-451a-b3d9-ee9d832c62e9.jpg)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1596년 함부르크판 히브리어 역대기, 1543년 파리판 히브리어 창세기, 1913년 파리판 히브리어 신ㆍ구약성경. [중앙포토]
창세기에 나온 최초의 인간들은 120세보다 훨씬 긴 삶을 살았습니다. 최장수인으로 꼽히는 노아의 할아버지 므두셀라(Methuselah)는 969년을 살았죠. 심지어 므두셀라는 지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 대홍수라는 사고를 통해 죽습니다. 이후 신이 인간의 수명을 120살로 제한했다는 게 성경의 기록이죠. 이런 이야기는 ‘므두셀라의 자식들’(로버트 하인라인), ‘므두셀라로 돌아가라’(조지 버나드 쇼) 같은 여러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독일 비텐베르크에 세워진 루터 동상. 손에 든 독일어 성경에는 독일식 프락투어체가 새겨져 있다. 왼쪽 면에서 구약이 끝나고, 신약이 시작되는 오른쪽 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Das Neue Testament verdeutscht von Doktor Martin Luther(마르틴 루터 박사가 독일어로 옮긴 신약성서)"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80d0d69e-3fa7-43de-b9a4-d48c06d1454a.jpg)
독일 비텐베르크에 세워진 루터 동상. 손에 든 독일어 성경에는 독일식 프락투어체가 새겨져 있다. 왼쪽 면에서 구약이 끝나고, 신약이 시작되는 오른쪽 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Das Neue Testament verdeutscht von Doktor Martin Luther(마르틴 루터 박사가 독일어로 옮긴 신약성서)" [중앙포토]
물론 과거 인간들의 평균 수명은 40세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중세를 휩쓸었던 흑사병과 같은 대전염병과 일상처럼 벌어지는 전쟁, 또 굶주림을 통한 영양실조로 인해 평균적인 사람들의 수명은 매우 짧았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3가지 위험만 피할 수 있다면 과거에도 얼마든지 장수가 가능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평균수명이 과거의 2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 건 의학기술이 수명을 연장했다기보다 원래 자연이 정한 수명만큼 살게 도와줬을 뿐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습니다.

최근 흥행하는 영화 ‘신과 함께’는 죽음 이후 저승에서 심판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첫 장면부터 차사가 나타나 주인공의 영혼을 데리고 가는 모습으로 시작하죠. 이처럼 대부분의 문화권에선 이승 너머 한 차원 높은 세계가 있다는 걸 전제합니다. 죽음은 신의 뜻이라는,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죠.
![영화에 나오는 3명의 저승차사. [영화 신과함께]](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24221345-4a4e-4001-be4a-6e9f6c32fdf1.jpg)
영화에 나오는 3명의 저승차사. [영화 신과함께]
2009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엘리바베스 블랙번 박사의 ‘텔로미어(telomere)’ 연구가 대표적이죠.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 부분에 있는 유전자 조각을 말하는데 세포 분열 때마다 그 길이가 짧아집니다. 짧아진 길이가 노화점을 지나게 되면 그 때부터 세포는 늙기 시작하고 결국 죽게되는 거죠. 블랙번 박사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지 않으면 세포는 노화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걸 막는 효소가 바로 텔로머라아제입니다.
![텔로미어의 세포 분열과 노화의 원리.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38323ff3-636e-48cf-8c54-81f83f3009a6.jpg)
텔로미어의 세포 분열과 노화의 원리. [중앙포토]
최근에는 노화를 막을 수 있는 약제까지 개발됐습니다. 바로 ‘현대판 불로초’라 불리는 ‘라파마이신’입니다. 원래 장기이식 수술에서 거부반응을 차단하는 약으로 개발됐는데 최근엔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임상시험에서 밝혀졌습니다. 1960년대 남태평양의 한 섬에서 서식하는 세균에서 발견된 라파마이신은 몸속에 있는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해 세포가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세포의 성장을 멈춰 노화를 억제한다는 것이죠.
![궁극적으로 텔로미어라고 불리는 염색체 끝 부분이 세포 분열마다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사람은 늙는다. [카보네이트 TV]](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adc65c18-29d4-4bbe-adf6-645285644caf.jpg)
궁극적으로 텔로미어라고 불리는 염색체 끝 부분이 세포 분열마다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사람은 늙는다. [카보네이트 TV]
이처럼 생명연장은 ‘상상’이 아닌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왔습니다. 2013년 설립된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는 ‘죽음 해결’이 사업 목표입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만든 칼리코는 노화의 원인을 찾아내 인간의 수명을 500세까지 연장하려고 합니다. 구글의 투자사인 구글벤처스의 빌 마리스 대표는 “미래 인간이 500살까지 사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죠.
![나노로봇이 인체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탐지한 뒤 격멸하는 모습을 묘사한 개념도.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dba671e7-cc76-4e7d-8766-880afc58c8d0.jpg)
나노로봇이 인체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탐지한 뒤 격멸하는 모습을 묘사한 개념도.
[중앙포토]
결국 죽음은 신이 약속한 어느 날 차사가 내려와 영혼을 데려가는 게 아니라 고장 난 전자제품을 고치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문제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런 기술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어느 지점까지 인간의 생명연장을 허용할 것이냐는 윤리적 의사결정의 문제로 바뀌겠죠.
![영화 첫 장면에서 저승차사를 만난 주인공 차태현이 놀라고 있는 모습. [영화 신과함께]](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9fd3454b-2f78-445e-b1b9-8dffc80db785.jpg)
영화 첫 장면에서 저승차사를 만난 주인공 차태현이 놀라고 있는 모습. [영화 신과함께]
더 오랜 세월이 흘러 기술이 더욱 발달하고 복지가 확대되면 그 때쯤엔 건강보험의 혜택으로 대다수가 15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때는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많은 문제들을 잉태할 겁니다. 먼저 노인의 정의부터 달라져야겠죠. 현재는 65세 이상이면 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이 개시됩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도 주어지죠. 현재 우리가 정해놓은 사회보장 혜택과 복지제도를 전면 손봐야 할 겁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 천하를 호령했지만 죽는 것이 두려워 불로초를 찾아다녔다.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3cc5bfae-7bad-4812-93bd-50044535b4cb.jpg)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 천하를 호령했지만 죽는 것이 두려워 불로초를 찾아다녔다. [중앙포토]
이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문제들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옵니다. 생명연장은 이미 우리앞에 와 있습니다. 남은 건 윤리적 의사결정의 문제입니다. 발달된 기술을 어디까지 쓸 수 있게 허용하느냐는 거죠. 물질문명의 혁신을 무작정 반기기만 할 게 아니라 미래 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해야할 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하는 이윱니다.
![영국의 작가인 조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1726년 출판됐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스트럴드브러그’라는 죽지 않는 인간 종족을 만난다. 그러나 이들은 기대와 달리 지혜롭기는커녕 탐욕에 눈이 멀고 불만만 많은 비참한 존재로 묘사돼 있다. [네이버]](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30/9c3ba736-5aa6-4b64-9565-3b12ed580aec.jpg)
영국의 작가인 조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1726년 출판됐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스트럴드브러그’라는 죽지 않는 인간 종족을 만난다. 그러나 이들은 기대와 달리 지혜롭기는커녕 탐욕에 눈이 멀고 불만만 많은 비참한 존재로 묘사돼 있다. [네이버]
그러나 인간이 150세를 살 수 있게 됐을 때, 우리는 과연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지혜를 갖추고 있을까요? 생물학적으로 나이만 든다고 해서 시민의 교양이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스트럴드브러그 (struldbrugs)’라는 죽지 않는 인간들처럼 말이죠.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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