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2018년은 전쟁과 평화의 기운이 교차하는 대(大)격동기가 될 전망이다. 연초 남북대화 성사로 일시 일었던 ‘올림픽 평화’ 기대감은 북핵(北核) 위협에 대한 우려로 급반전되고 있다. 지난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 대표 리선권은 북핵이 ‘동족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고도의 기만적인 심리전술을 구사했다. 북한의 핵 포기 거부는 이제 공지(公知)의 사실이 됐다.
남북대화를 지켜보던 미국은 김정은의 핵 집착 심중(心中)을 확인한 후 군사 옵션으로 급격히 선회하는 모습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가 결정적 시기로 추정되는 가운데, 괌과 주일미군 기지에 3대의 전략폭격기를 포함하는 첨단 전략자산이 배치됐고, 조만간 3개의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 해역에 전개된다.
김정은의 호전성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북 전략을 총괄 지휘한다. 그는 김정은이 핵·미사일로 ‘미국의 한국 포기’와 ‘한반도 무력정복’을 노리는 상황에선 차악(次惡)의 선택이라고 판단한다. 외교적 카드를 버리지 않는 신중한 입장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6·25전쟁 당시 중공군 개입을 예측하지 못한 오판을 뼈저리게 되새기며, 기필코 승리를 기약하려 한다. 특히, 북한의 보복 대응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한국에 피해를 주지 않는 완벽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술핵 사용 의지도 내비쳤다. 2월 중 발표될 핵태세보고서(NPR)는 특별히 북한을 염두에 두고 작성됐다는 게 통설이다. 대규모 피해가 없는 ‘미니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취지다. 북핵 대비용 저(低)강도 핵탄두의 실전배치가 그 예다.
‘비핵화를 목표로 남북대화를 추진한다’는 문재인 정부 정책이 시간이 갈수록 공허하게 들린다. 미·북 간 최후 결전이 불가피해지는 북핵 문제의 본질적 속성 때문이다. 문 정부가 한반도 정세를 판독하지 못하고 ‘민족공조’의 환상에 사로잡혀 ‘평화 관리’라는 허구에 집착할 때, 패착과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으로 일관되게 북핵에 대처하는 미국과의 갈등이 그 시작일 것이다.
특히 위험한 것은 남북대화를 미·북 직접대화로 연결시키려는 문 정부의 무모한 발상이다. 지난 19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공식화됐다. 놀랍게도 김정은이 1월 초 ‘미국을 대화로 끌어오기 위해 남한을 이용할 것’과 ‘대화에서 주도권을 쥐어 한·미 균열을 일으킬 것’을 간부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아사히 신문이 엊그제 보도한 내용이다. 정부는 ‘남북대화→미·북 대화’ 선순환 낙관이 악순환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패럴림픽까지 참가하겠다며 4월 1일 시작될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남한 진보세력이 우리 노선에 동조해 유리하다’는 믿음이 있다. 또, 금강산 올림픽전야제 바로 그날 정규군 70주년 열병식을 개최한다니, 평화 올림픽과는 거리가 멀다.
현송월의 ‘방남(訪南)-취소-재(再)방남’ 일정 변경에서 보듯, 북한은 국제규범·외교관례는 물론 남북 합의 위반을 다반사로 여긴다. 그런데도 정부가 ‘남북 평화’만을 믿고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병력·군복무 감축, 평화체제 구축 등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을 쏟아내 국민의 우려가 깊다. 북한을 자극할까 봐 미국 잠수함의 부산 입항을 거부한 행태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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