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오후여담>美人計

바람아님 2018. 1. 23. 09:04
문화일보 2018.01.22. 11:50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15일 바른정당을 탈당,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면서 “동탁 잡는 조조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조는 동탁을 암살하려다 들켜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됐고, 실제로 동탁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의 미인 초선이었다. 충신 왕윤이 초선을 통해 여포의 질투심을 자극, 양아버지 동탁을 살해하도록 만든 것이다.


미인계(美人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효과가 입증된 전략이다. 손자병법의 36계 가운데 31계가 바로 미인계다. 적국을 무너뜨리는 데 꼭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적에게 미인을 보내 눈을 홀리고 전의를 상실하게 만든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군부와 정·재계 인사들은 스트립 댄서이자 독일 간첩인 마타하리의 침실에서 정보를 흘렸다. 2011년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러시아 첩보원 안나 채프먼은 미모와 사교술로 뉴욕의 정·관·재계 인사들의 정보를 수집, 모스크바에 넘겼다. 첩보원 맞교환 방식으로 추방돼 러시아로 돌아간 채프먼은 훈장을 받고 영웅이 됐다고 한다.


한국이 유치한 국제 스포츠 행사에 북한이 대규모 여성 응원단을 보내는 것도 일종의 미인계라고 보수 인사들은 주장한다. 대남(對南) 전략·전술·선전·선동에 골몰하는 북 정권이 한국의 ‘권력자’인 국민 전체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대규모 여성 응원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 때 방한한 북한 여성 응원단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북한 정권의 호전성과 후진성을 북한 여성들의 미소가 가려버렸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또다시 ‘미녀 응원단’이 오기로 했고, 21일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내려온 현송월도 여성이다. 북한의 여성 ‘우대’가 어떤 의도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미인계일 수도 있고, 여성의 부드러움과 소통 능력을 우대한 선택일 수도 있다. 설사 미인계라 하더라도, 이번에는 통하기 어려울 것이다. 핵·미사일로 생존을 위협하고, 잘 차려진 평창 밥상에 일방적으로 ‘금수저’를 올려놓는 북의 ‘갑질 행태’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북 응원단에 큰 박수를 쳐줄 분위기가 아니다. 그런 민심의 변화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도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