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전통과 혁신 한 바구니에 담다

바람아님 2013. 10. 20. 14:04
호아킨 소로야의 ‘여자 어부’(1911,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호아킨 소로야의 ‘여자 어부’(1911,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해변에 자그마한 어시장이 섰다. 여자 어부가 작은 배를 타고 나가 잡은 고기들을 바구니에 담아 팔고 있다. 당연히 어종이

한 가지일 리 없다. 따로따로 팔았다간 인기 어종만 팔리고 그렇지 않은 잡고기는 버려야할지도 모른다. 묘책은 인기 어종과

잡어를 한데 섞어 바구니 단위로 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사는 사람을 여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게 아니다. 우리라면 섞어찌개를 끓이면 되지만 서양사람들에겐 이런 조리

방법이 낯설다. 그래서일까. 바구니를 들여다보는 아낙들의 얼굴에 고민의 그늘이 역력하다.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1863~1923)가 그린 ‘여자 어부’는 화가가 고향인 발렌시아 앞바다의 일상적 풍경을 포착한 것이다.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세례를 받았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인상주의를 창조했다. 그 역시 전통과 현대를 하나의

바구니에 담았다는 점에서 고기 파는 아낙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