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1.25 박건형 기자)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모든 것]
- 2008년 10월 31일 첫 태동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 "금융 독점시스템 바꾸자" 주창
- 온라인 독과점 해결사로 주목
"참여자 모두에 보상 평등 시스템"
일부선 "발행자에 권력 쏠릴 것"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 10월 31일 오후 2시 10분(미국 동부 시각). 수백 명의 공학자와
컴퓨터 프로그래머에게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메일의 발송자는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는 메일에 첨부한 9장짜리 논문에서 조작이 불가능하고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거래의 투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획기적인 통화(通貨) 시스템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했다.
시스템에서 사용할 화폐의 이름은 컴퓨터의 정보 저장 단위인 '비트'와 동전을 뜻하는 '코인'을 합쳐 비트코인(bitcoin)이라고
지었다. 전 세계적 광풍(狂風)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상 화폐가 태동한 순간이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비트코인의 총가치는 약 194조원에 이른다.
▲ /그래픽=양인성
나카모토의 실체는 지금까지도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그가 가상 화폐를 통해 추구한 이상은 명확했다.
나카모토는 2009년 1월 최초의 비트코인을 직접 만들어낸 뒤 "완벽하게 탈중앙화(decentralized)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기관이 금융거래 정보를 독점하면서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기존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나카모토는 논문에서 "금융기관에 점차 더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고, 금융기관은 사고를 막겠다는 이유로 쓸데없이 더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카모토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데이터 저장 기술을 이용해 중개자가 필요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블록체인은 은행의 중앙 서버에 모든 것을 기록하는 대신 인터넷으로 연결된 참여자 개개인의 컴퓨터로 거래를 검증하고
블록이라고 불리는 거래 장부의 복사본을 각자 저장해 놓도록 한 것이다.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를 하더라도 수많은
참여자의 컴퓨터 절반 이상이 승인해야 성사되는 구조다.
거래 기록을 조작하려면 비트코인 블록 하나가 만들어지는 10분 동안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컴퓨터의 절반 이상을
해킹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거래 장부를 기록하는 컴퓨터가 1만1600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는 해킹이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이 주목을 받은 것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외에도 미국발 금융 위기로 기존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또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데 대한 불만도
컸다. 가상 화폐 주창자들은 "페이스북이 개인과 친구·가족의 정보를 모두 독점하고, 아마존은 사용자의 신용카드 정보와
상품 구매 이력을 모두 파악해 정작 사용자 허락도 없이 이를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가상 화폐와 블록체인을 인터넷의 독과점 구조를 깨뜨려 시장을 다시 민주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도구로 보고 있다.
가상 화폐는 모든 권력이 주주에게 집중되는 주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가상 화폐는 발행에 참여한 프로그래머나 투자자는
물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일반 사용자 누구에게나 가상 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이론적으로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현재의
세상보다 평등한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시장이 커질수록 경영진·주주와 박봉에 시달리는
운전기사와는 불평등이 심화한다. 하지만 가상 화폐 기반의 차량 공유 업체는 설립자와 투자자뿐 아니라 시스템을 구축한
프로그래머와 운전기사, 심지어 회사 성장에 도움을 준 초창기 고객들에게도 가상 화폐로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훨씬
공평하다는 논리다.
가상 화폐의 경우에도 초창기에 발행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수익을 많이 챙기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이들의 지분이 일반 회사보다는 훨씬 적고, 발행량이 늘어가면서 부의 규모도 줄어들게 된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가상 화폐와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경제 독과점을 해결할 구세주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가상 화폐 거래소나 가상 화폐 발행을 주도한 사람들에게 다시 권력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가상화폐? 잘못 알고 계시군요
'이더리움' 활용한 P2P 대출상품… 남미에서 올 4월부터 출시 예정 많은 사람이 가상 화폐와 블록체인(blockchain)을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가상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만든 시스템으로, 가상 화폐가 블록체인의 전부는 아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블록(block)'이라 불리는 단위로 데이터를 묶은 뒤 동시에 수많은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가상 화폐는 이 블록에 '개인과 개인의 금전 거래 내역'을 저장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에 'A가 언제 B에게 비트코인 몇 개를 줬다'는 데이터만 담는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어떤 정보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해진다. 송금·결제 같은 단순 거래뿐 아니라 선물거래 같은 복잡한 거래와 개인 정보, 물류 유통 기록, 계약, 부동산 소유권 이전 기록 등 다양한 영역의 데이터를 블록에 담아 저장할 수 있다. 예컨대 물류 블록체인을 만든다면 '이 소고기가 강원도 평창에서 사육된 뒤 도축돼 부산항을 거쳐 어떤 선박을 통해 일본 도쿄항에 왔다'는 내용을 블록에 담을 수 있다. 이 내용은 매 과정 계속 업데이트되고 이에 관여한 모든 사업자에게 공유된다. 블록체인을 통해 소고기의 유통 과정이 더 투명해지는 것이다. 물론 참여자들이 의도적이고 치밀하게 담합해 생산·유통 과정의 일부를 속일 가능성도 있다. 블록체인이 정보의 보안과 투명성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특정 항구 관리인이 서류의 원산지나 유통기간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면,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소를 키운 사람·도축한 사람·배로 운반한 업자가 모두 소고기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위·변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전 세계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물류 블록체인은 IBM과 삼성 SDS가 해운·항만 물류에 적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고, 스웨덴은 국가 차원에서 토지 대장을 블록체인에 담으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코닥,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도 각각 사진 거래와 차량 공유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남미에서는 가상 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을 활용한 블록체인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서비스가 4월 출시 예정이다. 개인 대 개인이 직접 대출 계약을 맺고, 이 과정에 신용평가사와 보증인이 수수료를 받고 개입해 계약을 성사시킨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블록체인을 응용한 P2P 대출은 기존 은행처럼 관리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중개 수수료도 더 싸다"면서 "블록체인이 기존 은행의 수입 구조를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
가상화폐, 최대 1억분의 1 단위까지 쪼개 팔 수 있어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모든 것] - 실제 거래 어떻게 이뤄지나 가상 화폐는 인터넷 거래소에서 24시간 사고판다. 국내에도 빗썸·업비트·코인원 등 거래소 20여 곳이 있다. 이 거래소들의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를 설정한 다음 스마트폰으로 인증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이용자들은 각 거래소에 현금을 입금한 뒤 가상 화폐를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가상 화폐 실명거래제를 시행하는 이달 30일까지는 신규 가입이 불가능하다. 실명제가 시행되면 거래소의 거래 은행 계좌가 있어야만 현금 입출금을 할 수 있다. 거래소에서는 주식시장처럼 가상 화폐를 골라 원하는 가격·수량만큼 구매를 요청할 수 있다. 1주가 거래 단위인 주식과 달리 가상 화폐는 최대 1억분의 1 단위까지 쪼개서 매매할 수 있다. 1억분의 1비트코인은 '1사토시'다. 24일 현재 1비트코인은 1150만원으로, 1사토시는 0.115원인 것이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의 이름에서 땄다. 가상 화폐를 구입한 투자자는 거래소에서 가상 화폐 입출금과 송금 기능이 있는 일종의 전용 지갑을 만들 수 있다. 이 지갑이 개인 아이디 겸 은행 계좌번호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직접 가상 화폐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가상 화폐는 원래 개인 간 거래(P2P)에 초점을 맞춘 기술이다. 하지만 가상 화폐 전문 거래소가 2010년부터 우후죽순 생겨났다. 거래소를 통해야 가상 화폐를 달러·원화 등으로 쉽게 바꿀 수 있고, 더 빠른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가상 화폐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사용자들에게 돈을 받고 팔거나 사들이는 식으로 운영된다. 탈중앙화를 기치로 내건 가상 화폐가 다시 거래소에 집중되는 역설이 생겨난 것이다. |
"현물 존재 안해 대체는 불가능"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는 이미 실제 돈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가상 화폐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결제를 하거나 오프라인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사용처를 알려주는 코인맵(coinmap.org)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24일 현재 1만1662곳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146곳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 서울 시내엔 60곳인데 귀금속 가게, 로펌, 카페, 병원 등 다양하다. 비트코인 결제용 앱(응용프로그램)을 연 뒤 상대방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전송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가상 화폐가 실제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화폐와 달리 현물이 존재하지 않고 시세가 급변한다는 점에서 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이나 다이아몬드처럼 화폐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가상 화폐가 달갑지 않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 화폐는 민간이 만들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다. 민간의 가상 화폐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채굴이란… 복잡한 거래내역 연산·저장하는 대가로 코인 받는 것 (조선일보 2018.01.25 박순찬 기자)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모든 것] - 문답으로 본 가상화폐 비트코인, 2100만개로 제한 - 현재 80% 수준인 1682만개 채굴 ―비트코인 채굴은 무엇인가 채굴(mining)은 '비트코인'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광산에 가서 곡괭이로 금을 캐는 것이 아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고성능 컴퓨터를 산 뒤 채굴 프로그램을 돌려 복잡한 연산(演算)을 하도록 하면 된다. 사람이 딱히 할 일은 없다. 그냥 컴퓨터를 24시간 켜두고 전기료를 부담하면 된다. 컴퓨터 화면에 어지러운 숫자와 코드들이 뜨는데, 최근 10분간 쌓인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검증하고 암호화해 저장하는 과정이다. 그 대가로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받는다. 비트코인 개수는 총 2100만개로 제한돼 있는데 이런 채굴 과정을 통해 시장에 풀린다.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가 첫 비트코인을 채굴한 이후 현재까지 총량의 80% 수준인 1682만개가 채굴됐다. 즉 비트코인 시스템 유지를 위해 이용자들에게 보상을 주고 컴퓨터 자원을 제공받는 과정이 채굴이다. ―채굴은 어떻게 하나 누구나 할 수 있다. '채굴기'라고 부르는 전용 컴퓨터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일반 PC처럼 메인보드·메모리카드·하드디스크 등이 달려 있는데, 특이한 점은 고성능 GPU(그래픽카드)가 6개 정도 꽂혀 있다는 것이다. 채굴자들이 몰리다 보니 그래픽카드 하나 값이 수십만원으로 치솟고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컴퓨터 수백 대를 한꺼번에 돌리는 기업형 조직까지 생겨나고 있다. 채굴을 시작하기에 앞서 채산성(採算性)과 전기료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고성능 채굴기를 한 달간 쉼 없이 돌려도 가상 화폐 1개를 얻을까 말까 한 수준이다. ―2100만개를 다 채굴하면 비트코인 시스템은 멈추나 채굴자는 거래 내역을 정리하는 대가로 직접적인 비트코인 보상뿐 아니라 해당 거래 당사자들로부터도 거래 수수료를 비트코인으로 따로 받는다. 사실 거래 수수료는 꼭 주지 않아도 된다. 다만 채굴 프로그램은 수수료가 높은 거래부터 처리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급행료' 같은 개념이다. 채굴량 2100만개가 모두 바닥나면 채굴에 대한 직접 보상은 없지만, 이런 수수료 수입은 여전히 생긴다. 이 때문에 채굴은 끊이지 않고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 참여자 3분의 2가 동의해 비트코인 발행량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상 화폐는 개인 정보 얼마나 담고 있나 가상 화폐 거래 장부인 '블록'에는 거래 내역과 함께 거래 당사자들의 비트코인 지갑 이름이 담긴다. 다만 지갑 이름은 '1CfudqkK2af71Iraksdo2Zy'와 같은 무작위 난수로 정해질 뿐 소유자의 개인 정보는 담겨 있지 않다. 익명성 때문에 돈세탁과 금융 범죄 등에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정부가 실명 은행 계좌와 연계하도록 규제해 한국에선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됐다. ―가상 화폐 가격은 왜 변동이 큰가 가상 화폐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정해진다. 초기에 가격이 급등하며 '묻지마식 투자'가 집중됐다. 작년 1월 100만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12월 2000만원으로 20배가 됐다. 정부가 가상 화폐 규제 정책을 내놓자 순식간에 1100만원대로 반 토막 났다. 사람들의 '한탕주의'에 이유 없이 급등하고 또 급락한 것이다. ―비트코인 이외의 가상 화폐는 뭐가 있나 24일 현재 가상 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이 집계한 가상 화폐 수는 총 1486종이다. 가상 화폐는 누구나 발행해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다. 이 과정에 필요한 것이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 화폐 공개)다. ICO는 가상 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뜻한다. 사업계획서(백서)를 공개하고 실물 화폐 대신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로 투자를 받는다. 한국·중국 등은 사기 위험 등을 우려해 ICO를 금지하고 있다. ―가상 화폐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는 누구인가 실명인지 가명인지, 한 사람인지 여러 명인지 등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 미디어가 이 인물을 찾기 위해 추적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100만비트코인(약 11조5000억원 상당)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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