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18.03.14 노원명 논설위원)
[매경포럼] 체인징 파트너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최근호에 `중국이 지배하는 아시아에서 살아가기(Life in China`s Asia)`라는 기사가
실렸다. 제니퍼 린드 미국 다트머스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중국이 경제, 군사, 주변국 관계, 소프트 파워 등 모든 면에서 역사상
존재했던 지역패권국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분석한 뒤 이런 중국을 상대로 주변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고 있다.
이 글에서 주목되는 것은 쓰여진 것이 아니라 쓰여지지 않은 것이다.
린드 교수는 중국의 지역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거명한 1차 연대 대상은 호주, 인도, 뉴질랜드, 그리고 필리핀이다.
그다음 레벨의 연대 국가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을 들고 있다. 한국은 빠졌다.
린드 교수는 북한을 주제로 많은 저술과 강연을 해온 한반도 전문가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몰라서 빼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쓴이의 생각은 이 문장에서 드러난다.
"중국은 한국과 긴밀한 유대를 구축함으로써, 필리핀의 중국 경도를 고무함으로써 미국에서 동맹들을 떼내려 시도해왔다."
한국을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이는 두테르테의 필리핀과 같은 선상에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연대 대상에 넣고 한국은 뺐다.
어쩌면 이것이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 지식사회의 평균적 관점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런 뜻? 김정은과 트럼프가 5월에 만나기로 했다.
이 만남이 과연 성사될까 여전히 의구심은 있다. 지난 20년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북한의 진의가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 벌기`에 있다면, 사전협상에서 이 의도가 드러난다면 5월 회동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어코 두 인물이 만난다면? 그건 김정은이 트럼프가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북한이 미국의 적성국인 한, 미국 본토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정해 보자. 만일 북한이 미국과 선린관계가 된다면,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ICBM 기술을 동결 또는
폐기한다면…. 그때도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에 집착할까. `핵확산 금지`라는 대의적 관점에선 그럴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동북아 전략이 개입되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려 한다.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한국은 중국 쪽으로 기운 것 같다.
고령화하는 일본은 자기 앞가림할 생각은 하지 않고 미국에 기대려고만 한다.
`만약 북한을 내 편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베이징은 워싱턴보다 가깝다.
친미화한, ICBM이 제거된 북핵은 미국보다 중국에 위협이 된다.
김정은에게 던져줄 당근의 비용? 한국이 치르게 하면 된다.` 트럼프는 계산할 것이다.
김정은은 북핵 제재 국면에서 중국에 정이 떨어졌다.
기름을 끊었고 결정적으로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타격하는 제한적 공격을 할 경우 중국이 묵인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중국 당국은 침묵했다. 김정은에게 동맹의 조건은 무엇일까. 지원과 체제 보장이다.
중국은 북한을 방패막이로 삼는 대가로 쥐꼬리만 한 돈을 내면서 자꾸 싫은 소리를 한다.
패권화하는 중국은 국경을 맞댄 북한에도 거북하다. 지금 김정은에겐 중국보다 큰 지갑을 가진 쿨한 동맹이 필요하다.
체제 보장만 약속한다면 그게 미국인들 어떤가. 김정은이 남측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에게 전했다는 비공개 메시지는
"파트너를 바꾸고 싶다"는 속삭임이 아니었을까.
중국은 애가 탈 것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제재 공조는 김정은의 환심을 얻기 위해 누가 더 큰 당근을 제시하느냐의 경쟁으로 급변할 수 있다.
이게 김정은의 진짜 노림수일지도 모른다. 한국과 일본은? 완전 비핵화한 북한이 미국과 한 팀이 된다면 나쁠 게 없다.
그러나 미국이 제한적으로 북한의 핵전력을 용인한다면? 핵을 보유한 독재국가는 아무리 미국과 한 편이 돼도
주변국엔 위협의 대상이다. 한국과 일본은 한·미·일 동맹으로 묶였어도 매일 으르렁댄다.
민주주의를 공유하지도 않는 북한이 두 나라와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까.
한국전쟁 후 70년 가까이 남북한은 한 파트너와만 `왈츠`를 추어왔다.
그런데 패티 페이지의 노랫말처럼 어디선가 들려오는 `짝 바꿔`라는 속삭임이 우리 마음을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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