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5.16 김기철 논설위원)
"이런 동영상을 남겨야 하는 탈북자의 운명이…."
김태희씨는 감정이 복받친 듯 멈칫하다 "비참하기까지 합니다"고 했다.
2007년 입국한 김씨는 엊그제 페이스북에 2분30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만약 제가 북한에 들어가 기자회견을 한다면 100% 타의에 의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최근 나오는 탈북자 송환 얘기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어" 영상을 올렸다고 했다.
▶민변이 2년 전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탈북을 국정원이 총선용으로 기획했다며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주 한 방송사가 종업원 탈북이 전 정부의 기획이라고 보도한 데 이어 맞장구치듯 나온 조치다.
통일부도 '종업원들이 북송을 요구하면 돌려보낼 거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탈북자들 불안감에 불을 질렀다. 김태희씨가 얼마나 기막혔으면 소셜 미디어에 이런 영상까지 올렸을까.
▶박근혜 정부가 2016년 4월 총선을 엿새 앞두고 북한 식당 종업원 탈북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을 놓고 선거에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탈북을 공개해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고 해도 그 문제와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은
별개의 사안이다. 당시 식당 종업원 20명이 함께 탈북하려 했지만 7명은 가족을 걱정해 빠졌다고 한다.
민변 주장대로 '납치'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북은 민변과 같이 '강제 납치'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북의 가족들을 일부러 온전하게 놔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만약 탈북 종업원들이 '북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히면 그 가족들은 어찌 되겠나.
전(前) 정권 욕보일 수 있으면 탈북자나 그 가족 인권은 무시해도 되나.
▶이런 와중에 부산의 협성문화재단이 탈북자를 돕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을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그제 본지에 실린 이 단체 김영자 사무국장 인터뷰에 공감해 앞으로 심사를 거쳐 매달 1000만원씩 후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국장은 "너무 감사해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했다.
1996년 설립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고 탈북자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언론도 여론도 한 방향으로만 달린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쏠리는 것 같아도 양식(良識)과 분별력을 지닌 시민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탈북자를 돕겠다는 부산 한 재단의 결정은 많은 이에게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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