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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세계 最大 화약고' 옆의 한반도

바람아님 2018. 5. 24. 09:09

(조선일보 2018.05.24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최강의 海洋 국가였던 中, 항공모함들로 大洋 지배 야심
美 군사력엔 미치진 못하지만 南·東中國海 전쟁 가능성 높아
일촉즉발 위기 속에 사는데도 아귀다툼만 일삼을 건가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중국이 본격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세계의 패권을 노린다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이 강력한 해군력이다.

사실 중국은 한때 세계 최강의 해양 국가였다. 명나라 초에 정화(鄭和)가 인도양 세계를 누비고

다닐 때만 해도 중국은 당대 세계 최강의 선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많은 역사가는 정화의 원정 이후 중국이 바다를 버리고 스스로 내륙에 갇혀버린 것이 근대 세계의 패권을 놓친

계기라고 해석한다.

일찍이 영국의 궁정인이자 탐험가인 월터 롤리 경(卿)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무역을 지배하고,

세계의 무역을 지배하는 자는 세계 자체를 지배한다"고 설파했다.


19세기 말 미국의 군사평론가 앨프리드 머핸 역시 유사한 주장을 폈고, 실제로 20세기 미국의 세계 전략은 바다를 장악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초강대국으로 성장해 가는 중국이 대양의 지배를 노리는 것도 같은 이치에서다.

그 첫 번째 중요 사업이 항공모함의 건조다.


중국은 2012년에 첫 번째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를 진수시켰다.

우크라이나에서 건조 중에 소련이 해체되는 바람에 방치되고 있던 바랴크(Varyag)호를 구입하여 다롄(大連)조선소에서

개조한 이 항공모함은 여러 면에서 미흡한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훨씬 개선된 두 번째 항공모함을 자체 개발해 며칠 전에 진수시켰다.

조만간 6척의 항공모함을 건조해 배치한다는 것이 중국의 전략 구상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미국의 군사력에 도전할 정도는 못 된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자부하며 세계 최강자였던 영국이 견지했던 원칙이 '2국 표준주의(Two power Standard)'였다.

영국 다음의 2위 및 3위 국가의 해군력을 합친 것보다 더 강한 해군력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힘에 부쳐 하다가 결국 목표를 하향 조정해야 했다.


이에 비해 현재 미국의 해군력은 '5국 표준주의'라고 할 정도이다.

다시 말해 2등부터 6등까지 국가들의 해군력을 합쳐도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당분간 미국의 군사력을 능가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문제는 장기적인 전망이다.

전력(全力)을 다해 해군력을 키워 언젠가는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그렇게 되면 상상 못할 정도로 강력하고 위험한 해양 세력들이 충돌 가능성을 안은 채 우리나라를 둘러싸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바다로 남중국해를 꼽는다. 베트남에서 중국 남부까지, 필리핀 서부로부터

인도네시아 북부까지 350만㎢에 달하는 이 광대한 바다는 경제·군사적 요충지다.

중국 수출량의 90%, 세계 교역량의 30%,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50%가 이곳을 지난다.

그 수송량은 수에즈운하 수송량의 3배, 파나마운하 수송량의 5배에 달한다.

게다가 이곳에는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어 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주변국들 사이에 계속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위험한 해역은 동중국해이다.

우리나라와 중국·대만·일본 사이에 있는 130만㎢의 광대한 이 바다는 현재 경제가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부산·닝보·상하이·광저우·톈진 등 세계 최대 규모 항구들이 이 지역에 분포해 있다.

남북한 간 갈등에다가 중국 본토와 대만 간 잠재적 갈등 그리고 센카쿠(댜오위다오)열도 소유권 문제로

이 바다에는 늘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돈다. 우리는 정말로 화약고 옆에서 사는 셈이다.


세계사적 전환이 목전에 전개되고 있다. 변화의 핵심 고리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한반도다.

우리의 미래는 평화 공존과 통일로 나아가는가, 아니면 민족 공멸의 대충돌로 나아가는가?

분명한 것은 한반도 문제가 세계의 거대한 전환이라는 큰 틀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큰 그림을 그려보고 냉철하게 대비해야 한다.

위정자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장기적인 플랜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래 보이지 않는다. 매일 언론 매체에 보도되는 것은 소위 댓글 조작 사건 같은 조잡하고도 추악한 아귀다툼뿐이다.

1920년대의 위태로운 국제 정세 속에서 독일의 정치가 구스타프 슈트레제만이 한 말이 우리에게 하는 경고처럼 들린다.

"경제는 단지 표면적으로만 번영하고 있을 따름이오. 우리는 화산(火山) 위에서 춤추는 것과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