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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통계라면서..'최저임금 피해자' 쏙 뺀 靑/[분수대] 통계 못 믿는 사회

바람아님 2018. 6. 4. 09:20

매일경제 2018.06.03. 17:51

 

文 "90% 긍정적" 발언, 경제수석 해명에도..'통계 꿰맞추기' 비판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이 결국 자영업자와 실직자, 구직 실패자는 제외한 근로소득자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통계에 근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정책실이 국책연구원에 의뢰해 산출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근거로 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 성장의 당위성을 설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나 자영업자 소득 감소처럼 밑바닥의 어려운 경제 현실은 전혀 반영할 수 없는 자료를 내세워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의 장점만 주목하게 했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기존 통계는 무시하고 지금까지 정부가 사용하지 않았던 통계까지 애써 제시하는 모습이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근 소득주도 성장 논란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 발언의 근거는 '가구별' 근로소득이 아닌 '개인별'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홍 수석은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통계청이 앞서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원자료(raw data)를 갖고 면밀히 분석했다"며 "이 결과 조사 대상 가구 중 근로자 가구 소득은 전체 가구 조사 결과와는 다르게 전 분위에 걸쳐 평균 소득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계동향 조사에서 소득 분배가 악화한 것은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즉 근로 상태가 아닌 사람들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근로소득자만 대상으로 보면 평균 소득이 늘었다는 얘기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달 24일 소득 1분위(하위 20%)와 2분위(하위 21~40%)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4%씩 감소한 결과를 골자로 하는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분위 가구 소득 감소폭은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폭이었다. 특히 하위 20%와 상위 20% 간 소득 격차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 같은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의 가구별 소득에는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실직자·구직 실패자 등)까지도 모두 포함했다. 반면 홍 수석이 이날 밝힌 국책연구기관 통계 자료는 통계청 원자료에서 근로소득자만 따로 뽑아낸 것이다. 결국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나 기업활동 위축으로 취업하지 못한 청년,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영세 소상공인 등은 모두 빼놓고, 일자리를 잃지 않은 근로자만 대상으로 다시 집계한 통계를 통해 소득이 늘었다는 점을 내세워 '90%의 긍정적 효과'를 주장한 셈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통계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결국 소득주도 성장론의 당위성을 찾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분위별 소득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진단하기 위한 것인 만큼 자영업자·실직자·구직 실패자 등을 포함시키는 게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청와대가 택한 통계 방식이 정부의 일반적인 방식과 차이가 크다는 점도 논란이다. 통계청 가구동향 조사에서는 설문으로 이뤄지는 집계가 가구주·배우자·기타 가구원 같은 3개 항목만 측정한다. 소득을 벌어들이는 기타 가구원이 다수일 때에는 개인별 소득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방식에는 기타 가구원 소득을 모두 합쳐 마치 한 명의 소득처럼 가정해 분석한 결과도 포함했다.


결국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집계한 통계에 근거해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는 90%다.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의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 규모가 10만명대에 머물며 고용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소득 분배가 악화되는 등 민생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위기 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부분만 보여주고, 역효과는 아예 빼버린 셈이 됐다"며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취직에 실패한 이들이 혜택을 본 사람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미진한 부분은 인정하고 서둘러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분기를 넘어 4월 들어서도 서민 일자리 충격은 다방면의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매장 계산원 등을 포함한 기능원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14만3000개 감소해 10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오수현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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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통계 못 믿는 사회

   중앙일보 2018.06.04. 01:21

이현상 논설위원
국정감사 철이면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던 직업이 변리사였다. 변호사·의사·건축사 등을 제치고 전문직 소득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기사가 해마다 등장했다. 국세청 자료를 가공해 만든 국회의원실 보도자료가 바탕이었다. 그러나 수억원에 이른다는 소득은 실제로는 매출이었고, 분모로 사용한 머릿수도 개개인이 아니라 사무실 개수였다. 변호사와 직역 갈등을 벌이던 변리사 단체가 “우리도 힘들다”며 실상 알리기에 나서면서 엉터리 통계는 슬며시 사라졌다.


이 정도야 애교로 봐줄 만하다. 치명적 사고를 일으킨 통계 오류도 있다. 1986년 1월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로켓 모터와 동체 접합 부위에 발생한 이상 때문이었다. 발사 당일 기온은 과거 우주선 발사일 최저 기록보다 섭씨 12도나 낮은 영하 0.5도. 일부 과학자들이 접합 이상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발사는 강행됐다. 통계상 기온과 접합 이상 간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고가 난 뒤 자료 일부가 누락된 사실이 발견됐다. 이를 포함하자 그날 기온에서는 발사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표본 선택 오류’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지만, 통계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 우리나라 불평등 지수(지니계수)는 2008년 이후 낮아지는 추세였다. 현실 느낌과는 딴판이었다. 2015년, 국세청 과세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자 아니나 다를까 지니계수는 껑충 뛰었다. 고소득 자영업자가 소득을 감추더라도 어쩔 수 없었던 기존 면접 조사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대통령의 언급이 논란을 낳자 청와대가 근거 자료를 공개했다. 가구 아닌 개인의 근로소득을 분석해 보니 소득 증가 효과가 확인됐다고 한다. 그런데 최저 임금 혜택을 받으면 소득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최저임금이 버거워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설명이다. 정책을 지키겠다는 충정은 이해되지만, 지나치면 ‘견강부회’ 소리를 듣는다.


통계는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통찰력도 제공하지만, 천연덕스럽게 현실을 가리기도 한다. 무지나 부주의 탓도 있지만, 대개는 의도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미국 저널리스트 대럴 허프는 책 『새빨간 거짓말, 통계』에서 통계에 속지 않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중 마지막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 의심해 보라”다. 상식은 대체로 현장에 가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현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