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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당신의 한 표는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바람아님 2018. 6. 9. 09:12

(조선일보 2018.06.09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마인드 버그'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18세기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는 어느 교회 앞에서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부유한 숙녀의 옷 위를 기어다니는

벌레를 발견하고 '이에게(To a louse)'라는 시를 쓴다.

 "오, 어떤 힘이 우리에게 작은 선물을 주어 다른 사람 눈으로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다면!

수많은 부끄러움과 바보 같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드레스와 걸음걸이에 담긴 허세에서도. 심지어 기도에서도!"


남들은 볼 수 있지만 우리 자신은 볼 수 없는 생각의 오류를 '마음속 벌레'로 비유한

앤서니 그린월드와 마자린 바나지 박사의 책 '마인드 버그: 공정한 판단을 방해하는 내 안의 숨겨진 편향들'(추수밭)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저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인종, 성차별을 포함한 인간의 수많은 편견을 연구해왔다.

특히 IAT 편향 테스트라는 도구를 개발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책에서도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범하는

수많은 판단의 오류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거짓말에도 다섯 가지 색깔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책에서는 선의의 흰색 거짓말,  상황 모면을 위한 회색 거짓말,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무색 거짓말,

상대를 유혹하는 빨간 거짓말, 그 리고 좀 더 솔직한 자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파란 거짓말을 구분한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도록 진화해왔고, 우리 모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해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마인드버그 : 공정한 판단을 방해하는 내 안의 숨겨진 편향들
앤서니 G.그린월드 , 마자린 R.바나지 지음/ 박인균 옮김/ 추수밭/ 2014/  342 p
181.3-ㄱ568ㅁ/ [정독]인사자실(2동2층)/  [양천]책누리실(2층)


처음 보는 두 정치인을 놓고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면

과연 어떤 기준에 따라 선택하게 될까?

얼굴이 더 잘생기고 신뢰감을 주는 사람? 남성 아니면 여성? 나이가 더 많아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

아니면 나이가 더 젊어서 열정이 느껴지는 사람? 명문대 출신 아니면 같은 고향 출신?

아무리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해도 당신의 뇌는 이미 자기만의 평가 기준을 세워 사람들을 구분한다.

그것도 예전에 했던 당신의 경험을 토대로 나와 가깝거나 비슷한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과 나누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뿌리 깊이 박힌 사고 습관이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키고,

책에서는 이를 '마인드 버그'라 부른다.

마인드 버그의 습성 탓에 우리는 진짜 사실보다 사실로 믿고 싶은 것에 더 끌리기도 한다.

이를 알고 있어야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있고,

그래서 이 책은 어쩌면 지금과 같은 선거 철에 가장 어울리는 책이다.





[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조선일보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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