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미·중 보복 '전면전' 땐 대공황 재연..다시 공포 휩싸인 세계경제
손철 기자 서울경제 2018.06.17. 17:42
경제불안 신흥국은 보호무역 편승 우려
내달 6일까지 양국 무역협상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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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통상전쟁이 심상치 않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경계하며 제지하려는 의도가 확연해서다. 트럼프 정부가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품목들을 뜯어보면 정보기술(IT)·의료·로봇·항공 등 첨단 제품들로 중국의 ‘기술 굴기’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중국도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 16일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 조치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강한 주(州)들이 타격을 입게 될 농산물과 자동차 등을 정조준했다.
특히 미측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미국 투자 및 비자 규제 등을 강화하고 있어 이번 관세전쟁이 원만히 타결되지 않으면 무역전쟁이 전면적으로 비화하며 확전될 우려가 제기된다. 미 재무부는 오는 30일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투자 제한과 수출 통제 조치를 확정할 예정이며 국무부는 중국의 이공계 분야 유학생이나 연구원들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미측은 이미 무역법 232조를 통해 중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자동차 수입 관세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지난 3월 처음 미측의 철강 관세 부과가 발표되자 “트럼프 정부가 다른 제품들도 관세를 부과하려 할 것”이라며 “마치 대공황 당시에 발생했던 상황”이라고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EU와 캐나다도 미측의 철강 관세 부과에 맞서 다음달부터 미국산 청바지와 위스키·오토바이 등에 보복관세 부과를 결정해놓고 있다.
양국의 무역분쟁에 시한폭탄이 점화되면서 세계 원자재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글로벌 상품 시장 가격(이하 15일 현재)’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19% 하락한 톤당 7,0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알루미늄 3개월물 가격도 하루 사이에 톤당 2.3% 떨어진 2,204달러를 보였고 아연(-3.36%), 납(-1.96%) 등 여타 금속 가격도 줄줄이 하락했다. 곡물 시장도 출렁였다. 대두(콩) 선물 가격은 15일 부셸(곡물량을 세는 단위)당 9.3달러까지 떨어져 하루 사이에 2.05% 내렸다. 옥수수 가격도 0.46% 내린 3.8달러를 보였고 소맥(밀)은 0.72% 하락한 5.1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 가능성에다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15일 2%가 넘는 낙폭을 보였다.
미국이 자국 우선의 일방적 무역제재들을 강행하면서 피해국들의 여론도 크게 악화된 실정이라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미국의 최우방인 캐나다는 최근 미측이 안보 침해를 이유로 철강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국민 70%가 미국 제품에 보이콧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외국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며 최근 외환위기를 맞고 있는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도 글로벌 통상분쟁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보호무역의 물결에 편승할 요인이 커진다는 통상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따라 향후 2~3주 사이에 재개될 미중 무역협상은 세계 각국과 금융시장에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경고처럼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어 다음달 6일 G2가 동시에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실행하기 전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낮지 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정부는 지속적인 대중 압박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단으로 본다”면서 “미국이 최후에는 관세 부과를 미루며 중국에 더 많은 시간을 주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美전문가 "중국의 맞불 관세 조치는 어리석은 일"
뉴시스 2018.06.17. 18:29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중국이 즉각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반격에 나선 것은 어리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미국의소리방송 중국어판에 따르면 데릭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해 "중국이 미국과 대치하면서 관세 보복조치를 내놓은 것은 어리석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시저스 연구원은 또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확대하는 그 어떤 중국의 조치도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인 보복을 불러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야 했었다"면서 "중국이 맞대응하면서 양국 경제에 피해를 주는 보복 조치들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더 구입하는 것으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한 제안은 너무 모호했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조치를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앨런 토넬슨 미국기업산업협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중국의 보복조치는 미국의 수출을 감소시키고 미국 경제 성장과 취업에 악 영향을 미치지만 미국이 받는 피해가 중국보다 더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넬슨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조치는 중국에 더 큰 피해를 주게 되고, 중국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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