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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上>짐 로저스 "하나된 남·북한, 전세계 가장 매력적 투자처"

바람아님 2018. 7. 3. 08:10

이데일리2018.07.02. 06:11

 

[이정훈의 북한투자 이야기]<1>전문가에 듣는다①
'전설적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인터뷰
"北 숙련노동력·천연자원-南 자본·기술력, 큰 시너지"
"美 비핵화 진정 원할지가 변수..김정은은 변화 원해"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남한과 북한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아주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고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다. 나아가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이는 한국에 엄청난 축복이 될 것이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설립한 퀀텀펀드의 성공으로 월가에서도 전설적 투자자로 불리고 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가시화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 제재 해제 및 개방에 대해 낙관론을 쏟아냈다. 일찍이 2010년부터 북한 투자를 예찬해 온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긴 하지만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 로저스 회장은 지난 30일 이데일리와 가진 1시간여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투자의 매력을 높이 평가하며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그 자신부터 서둘러 북한은 물론 한국, 중국 등지에 있는 수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짐 로저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 투자 예찬론을 펼쳐 왔는데, 대화무드가 무르익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확신을 가질 것 같다.

△그렇다. 지난 2010년부터 북한시장이 개방될 경우 투자하기에 매우 유망하고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라는 책에서도 북한 여행을 다룬 부분에서 그런 전망을 했었는데 그 책을 쓸 당시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합법적이지 않았던 만큼 실제 투자하지 못했다. 북한 투자가 유망하다는 건 북한 개방을 전제로 할 때에만 성립되는 명제다. 특히 북한이 개방되면서 남한과 북한이 결합된다면 엄청난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며 투자하기에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손재주가 좋고 교육을 잘 받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천연자원도 풍부한 북한과 방대한 자본력과 전세계적으로도 각광받는 제조업 기술과 기술력이 뛰어난 전문인력을 가진 남한이 결합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더구나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이 북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북한이 자국 경제와 시장을 개방하게 된다면 매우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역동적인 한국 경제와 북한 경제가 하나로 합쳐진다면 아주 흥미로울 것이고 아마 전세계에서도 가장 매력적이고 흥미있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북한과 관련된 투자를 했나. 일부 외신에서는 북한 채권을 샀다는 언급도 있었다.

△북한 화폐나 채권에 투자한 적은 없다. 합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없다. 다만 북한에서 주조한 금화와 은화는 수집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동전전시회에서 북한 금화와 은화가 경매에 나온 적이 있는데 이를 사면서 수집을 시작했다. 북한 체제가 붕괴하게 될 경우 이런 희귀한 동전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에는 동전이나 우표 외에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한국과 북한, 미국간 대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 개방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최근 잇달아 열렸다. 이는 남한과 북한이 모두 원했던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 등 모든 이해당사국들이 원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단 하나, 미국만 이해관계를 달리 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3만명에 이르는 자국 군대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와 가까운 한반도에 미군을 배치하는 걸 원하고 있다. 또한 군이나 정부내에서도 주한미군으로 인해 자리를 유지하거나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도 많다. 만약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내에서 비핵화를 실행한다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북한뿐 아니라 미국도 진정으로 비핵화에 합의하고 이를 이행할지 아직은 낙관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개방과 글로벌 자본의 대북 투자가 언제쯤 본격화할 것으로 보는가.

△구체적 시기야 정치적 합의의 결과물이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유엔과 미국이 북한에 가하고 있는 경제 제재가 풀리자마자 북한에 투자하려는 주체들이 아주 많이 몰릴 것으로 본다. 물론 초기에는 세계은행(WB)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뤄지겠지만 곧바로 미국과 중국 등에 있는 민간기업들도 적극 투자에 나설 것이다. 얘기했듯이 잘 교육받은 노동력이 있고 천연자원이 풍부한데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강점 때문에 북한은 투자하기에 매우 매력적인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만 준비하면 된다. 한국이나 미국, 중국 등 다른 모든 주체들은 이미 준비돼 있다.


-과거 김정일도 비핵화 합의 후 이를 번복했다. 그 아들인 김정은은 신뢰할 수 있나.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와 달리 스위스라는 서구권에서 공부하고 자랐다. 개혁과 개방에 대해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또 북한 바깥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북한 주민들 역시 과거와 달리 방송이나 중국을 통해 입수한 영상 등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해 접촉하고 있으며 이런 경험으로 인해 북한 체제와 자신들의 삶이 변화되길 원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는 다소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에 투자하고자 할 때 어느 분야에 하는 게 유망하다고 보나.

△북한은 거의 모든 것이 부족하다. 또 저개발된 국가다. 전력이나 도로, 철도, 교량, 인터넷 등 인프라 스트럭처에서부터 생필품과 전자제품, 컴퓨터 등 모든 게 결핍돼 있다. 따라서 북한에 투자하고자 할 때 어떤 분야가 유망한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기업이라면 자신들이 잘 만들 수 있는 어떤 사업이든 북한에서 영위하면서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중국을 떠올려 보면 된다. 당시 중국은 폐쇄적이고 가난하며 저개발된 나라였지만 본격적인 시장 개방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그 때도 중국에서 모든 사업들이 다 유망했고 실제 투자했던 외국 기업들이 놀라운 성과를 냈다. 당시 중국은 매우 흥미진진한 곳이었고 앞으로 북한이 그럴 것이다. 중국과 근접한 지역, 또 이미 개발돼 있는 자유무역지역 등을 중심으로 투자가 먼저 이뤄질 것이고 이를 중심으로 비약적 발전이 나타날 것이다.


-본인 이외에 다른 미국 투자자들은 대북 투자를 유망하다고 보고 있나.

△다른 투자자들이 대북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구체적인 회사명을 밝힐 순 없지만 월가에 있는 몇몇 투자회사는 조직을 셋팅하고 북한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어떤 투자를 할 것인지 연구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들었다. 물론 아직은 합법적으로 북한에 투자할 루트가 없어 구체적인 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中>편에서 계속


이정훈 (future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