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7.05 최유식 중국 전문기자)
미·중 무역 전쟁의 뿌리는 세계 경제 '새 판 짜기'
일희일비 말고 대세 변화에 대비해야
최유식 중국 전문기자
미·중 양국의 상호 보복 관세 발동 시점인 6일을 앞두고 중국 증권·외환 시장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일 추락하고 있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도 한 달 새 4% 가까이 떨어졌다.
대미 수출도 급감하는 추세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올 상반기 성장률은 작년과 비슷한 6.7~6.8%로 추정되지만,
무역 전쟁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증시 일각에서는 화폐 전쟁에 대한 공황 분위기까지 있다.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면서 강(强)달러 정책을 유지하면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중국 내 외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부채가 과도한 기업들이 줄도산하면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이쯤 되면 난리가 날 것 같은데, 중국 정부는 의외로 차분하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수뇌부는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구두 개입을 하고 있지만,
외환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보복관세 조치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며
대결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무역 전쟁에서는 양국 모두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공산품은 추가 관세(25%)만큼 가격이
오를 것이다. 미국산 대두(大豆)와 육류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역시 콩기름과 육류 가격 상승을 불러,
중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최근 방한한 린이푸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무역 전쟁으로 중국은 0.5%포인트,
미국은 0.3%포인트가량 성장률이 줄 것"이라고 했다.
작년 중국의 대미 수출은 5000억달러, 미국의 대중 수출은 1300억달러 선이다.
무역 전쟁이 극단으로 가면 수출액이 많은 중국의 피해가 더 크다.
그럼에도 중국이 버티는 데는 이번 무역 전쟁이 무역 역조 해소를 위한 단순한 경제 게임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무역 전쟁을 계속하면서, 정부 보조금으로 기술 기업을 키우는 '중국 제조 2025' 폐기,
금융시장 개방 등 중국 시장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도 양보와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지난달 말 은행·보험·증권, 자동차·철도·전력 등 15개 산업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대거 해제한 것은 그 일환이다.
시진핑 주석은 앞으로 5년간 수입을 8조달러 규모 늘리겠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했다.
다만 '중국 제조 2025' 같은 핵심 정책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중국이 벼랑 끝 대결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인 듯하다.
저장(浙江)성 상인 200여명이 지난달 초순 같은 성(省) 내 항저우에서 총회를 열었다. 항저우 출신인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는 총회 연설에서 "미·중 무역 전쟁이 계속될 30년간 세계 경제의 판이 새로 짜일 것"이라며
"개혁·개방 때와 비슷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여기 있는 200개 기업 중 20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수입 확대 정책과 중산층 급성장 등으로 중국이 미국 못지않은 거대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시장 개방으로
서방 기업들이 대거 유입돼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세 파악이 빠르고 이(利)에 밝아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저장 상인들은 벌써 무역 전쟁 이후를 내다보고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미·중 무역 전쟁에 일희일비하며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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