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韓, 中과 5G·드론 기술협력 말라"

서울경제 2018.06.27. 17:37

 

비공식 요청..'中 기술 굴기' 견제
中, 협업·장비 판매 타격 불가피
韓 미래산업까지 샌드위치 신세로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중국 측과 5G나 드론 관련 기술협력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미래성장산업 주도권 잡기 경쟁으로 번지면서 중간에 있는 한국이 또 한번 격랑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27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 측이 최근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인 5G 같은 신기술 개발 시 한국 측이 중국과 거리를 뒀으며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차이나 굴기’가 본격화되며 미국 측이 이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5G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지난 2013년 ‘IMT-2020 프로젝트’라는 5G 관련 국가전략 수립 조직을 만들어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 등 이통 3사와 화웨이·ZTE 등 민간기업과 손잡고 5G 표준화 작업 등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5G 표준화를 주도해 관련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5G 개발 및 활성화를 위해 향후 6년간 약 8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중국의 통신 3사도 200조원의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미국 측의 견제가 강화될 경우 5G 분야에서 차이나 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국 기업과의 협업이 어려워지면 노키아나 에릭손의 안방인 유럽 시장 공략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통신업계 고위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 사이에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며 “국내 이통사들이 5G망 구축 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중국 측이 받을 유무형의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푸둥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8’에서 관람객들이 화웨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화웨이와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다양한 5G 기술을 선보이며 ‘IT 굴기’를 드러냈다. /상하이=양사록기자

          

실제로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8’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황창규 KT(030200) 회장은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었으며 생각했던 대로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고 평가했지만 5G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032640) 부회장도 전시장을 둘러봤지만 화웨이 장비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이날 행사에서 화웨이는 최대 규모의 부스를 마련하고 5G를 기반으로 한 수술로봇과 고화질 가상현실(VR), 실시간 화재경보 시스템 등 다양한 5G 솔루션을 선보였다. 차이나모바일 역시 굴착기 원격제어 등 다양한 5G 활용사례로 참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양철민기자 상하이=양사록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