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기고] 원자력에 투자하는 미국, 탈원전에 몰입하는 한국

바람아님 2018. 7. 11. 08:39

조선비즈 2018.07.10. 06:03


후쿠시마 원전(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위축되었던 세계 원전 산업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터키가 최초 원전 건설에 착수했고, 동유럽과 중동 국가가 신규 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은 올 상반기 4기의 원전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에너지기본정책안에 2030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20~22%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체르노빌 사고의 최대 피해국인 벨라루스는 2기의 원전을 건설중이며, 우크라이나 역시 체르노빌 사고 후 중단되었던 원전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동향도 돋보인다. 75인의 미국 정치계, 산업계, 학계 등 원로들이 미국의 안보를 위해 원자력에 대한 지원를 강화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발표했다. 뉴햄프셔 주지사를 역임한 주드 그레그, 제너럴모터스(GM) 전 회장 댄 에커슨,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닐 디아즈가 동참했다.


릭 페리 미 에너지장관은 지난 4월 인도를 방문해 미국은 원자력 최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원자력 산업에서 미국의 능력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지난달 18일 미 원자력학회에 참석한 에너지부 맥기니스 원자력 부국장은 6400만달러의 첨단원자력연구 투자를 발표하며 원자력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세대가 안전하며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의 혜택을 받는데 중요하다고 했다.


올해 미국의 원자력 연구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19% 증가했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은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사고시에도 핵연료 용융을 방어하고 수소폭발을 방지할 수 있는 사고저항성연료가 한 예이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사고저항성연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속한 인허가 심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축은 중소형원전과 제4세대 원자로 개발이다. 제4세대 원자로는 소듐냉각원자로, 용융염원자로 등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중소형 원전인 뉴스케일 원전은 50MW의 소형 원자로를 필요한 만큼 연결하는 모듈형으로 2020년 안전성 심사통과를 준비중이다. 기존 원전에 필수적인 안전등급전원이 필요없고 방사선비상계획도 부지 내로 국한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한다.


원전을 살리기 위한 주정부와 산업계의 노력도 치열하다. 풍부한 셰일가스로 미국 발전 산업은 현재 가스 발전이 주류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원전의 평균 가동률은 92%를 기록했다. 그만큼 원전의 신뢰성, 안전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의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최대 원전 운영사인 엑셀론은 2025년까지 발전단가를 10%이상 절감하고자 한다. 뉴저지주는 지난 4월 원자력발전소에 3300억원의 보조금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원자력발전을 온실효과에 대처하는 청정에너지로서 인정한 것이다. 온실가스 대처 에너지로서 원전을 유지하기 위해 일리노이, 뉴욕주도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주도 논의중이다.


에너지부국인 미국은 가스라는 에너지원이 있지만 원자력 산업을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다. 에너지안보와 온실가스 대처용으로 원자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전을 위험한 에너지로 단정하고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사업 백지화 등 탈원전에 몰입하는 우리에게 미국의 움직임이 무엇을 시사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어느 국가든 재생에너지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에너지도 환경과 경제, 공급안정성을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리한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원의 적절한 조합이다. 그래야 전력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진보가 가능하다.


◇ 필자 약력: 정동욱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석사 -미국 MIT 원자력공학과 박사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처장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에너지환경전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