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18.07.11. 14:30
윤슬이란 순우리말이 있다. 강이나 바다에서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반짝이는 잔물결은 해가 지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고 금세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맹문재 시인은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시에서 “소란하되 소란하지 않고, 황홀하되 황홀하지 않고 윤슬이 사는 생애란 눈 깜짝할 사이만큼 짧은 것”이라고 하면서 “윤슬을 바라보다가 깨달은 일은 아름답게 사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 삶 자체가 아름답지만, 곧 사라질 윤슬과 같은지도 모른다. 몇 해 전 영화 ‘곡성’이 개봉할 당시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의 글이 감동을 준 적이 있다. “사람 수만큼 많은 희망이 섬진강 윤슬처럼 함께 반짝이는 곡성(谷城)은 그야말로 자연 속의 가족 마을이다”는 글은 영화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지역 이미지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역발상적인 생각이었다.
우리는 윤슬처럼 짧은 물리적 시간 속에서 절망과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사람은 어떤 면에서 강한 것 같지만 어떤 면에서 약하다. 오히려 강한 것처럼 살다가 절망해서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순풍만 맞는 것이 아니다. 연은 역풍이 불 때 띄워야 잘 날고, 새들은 바람이 부는 날 둥지를 짓는다. 이처럼 역경을 디딤돌로 삼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실패한 사람은 무엇을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왜 사는지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매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일 년이 되는 것처럼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곧 사라질 빛에 대해 분노하면서 곧 사라질 윤슬 같은 삶에서 아름답게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임창덕·경영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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