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7.13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일본인들은 버스나 전철에서 노인들에게 자리를 잘 양보하지 않는다.
같은 유교 문화권인데 왜 그런 차이가 날까?
일본에서 살 때, 꽤 큰 표본 집단의 일본인들에게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에 노인 공경(恭敬) 관념이 없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노인들이 자리를 양보받아도 한사코
사양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 스스로가 몸 상태가 불편하지 않은 이상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그러한 심리 이면에는
남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는 도덕률과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는
'자립심' 문제가 있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심리를 알고 있기에 몸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이 아니면 굳이 먼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노인이기 이전에 '자립 의지와 능력'이 있는 개인으로 대우하고, 노인들도 그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일본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 노인들이 앞에 서 있건 말건 사람들이 신경을 안 쓴다.
그러나 노인이 불편해하는 기색이 보이면 여러 사람이 경쟁하듯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지 아닌지가 양보 기준인 것이다.
한국 지하철에서 노인들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앉아있는 사람을 꾸짖는 광경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노인 공경의
전통 관념은 소중한 것이지만, 공경의 의미가 타인에게 배려를 강요하거나 당연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눈앞이라고 한다. 인생 100세 시대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도 바뀌었다. 나이가 들어도 자립심의 끈을 놓지 않는 마음가짐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건전한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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