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9.06 김기철 논설위원)
BC 3세기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1세가 세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헬레니즘 시대 '지혜의 샘'으로 통했다.
왕들은 문학·예술·과학 어떤 분야든 닥치는 대로 책을 모았다. 이 도서관은 한때 장서 70만권을 자랑했다.
그러나 고대 인류 지식의 보고(寶庫)였던 도서관은 어느 날 화재로 사라졌다.
BC 47년 로마 카이사르의 공격을 받았을 때라는 설도 있고, 4세기 말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1세가 불태웠다고도 한다.
▶개관 200돌을 맞은 브라질 국립 박물관에 엊그제 불이 나 유물 2000만점 가운데 90%가 잿더미로 변했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 이집트 미라 같은 문화유산이 통째로 없어졌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터넷판은 박물관이 올해 유지·보수 예산 12만8000달러 중 10%도 채 못 받았을 만큼 재정난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3년 전엔 보안요원 줄 급여가 없어 박물관 문을 닫기도 했다.
경제가 파탄 나 나라 꼴이 엉망이 되더니, 방재 설비 같은 국가 시스템도 함께 결딴났다.
▶우리는 광복 이후 6·25를 제외하고 국·공립 박물관에 불이 나 피해를 본 사례가 거의 없다.
그러나 10년 전 숭례문 화재를 겪은 우리로선 브라질 화재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전문 절도범이 유물을 훔쳐 달아난 사건도 가끔 있었는데, 2001년 국립 공주박물관에서 국보급 불상을 도난당했다 되찾았다.
세계적 박물관도 의외로 허술해서 오래전 루브르 박물관이 '모나리자'를 잃어버렸다 다시 찾기도 했다.
▶국내 국·공립 박물관은 물 대신 소화 가스로 불을 끄는 방재 시스템을 갖췄다.
물로 불을 끄면 종이나 섬유로 된 유물이 망가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실과 수장고에 하론가스 설비를 들였다.
하론가스는 산소 유입을 막아 순식간에 화재를 진압한다. 건물 벽이나 천장은 물론 유리와 철재로 된 쇼 케이스까지
방염(防炎) 처리된 자재를 쓴다. 요즘은 웬만한 미술관·도서관도 따라 한다.
▶그래도 사고는 난다. 10여 년 전 서울 한 미술관에서 아이가 비상 단추를 잘못 눌러 전시실 천장에서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왔다. 관람객이 질식했다가 치료를 받았다.
서울 우정총국 전시장에서도 소화 설비를 잘못 건드려 하론가스가 분출된 적이 있다.
브라질 국립 박물관이 다 타버린 데는 소화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 컸다.
설비가 아니라 비상시에 작동돼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 박물관들은 100% 장담할 수 있나? 그렇게 훈련하고 있나? 0.1%의 의문도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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