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IF] [사이언스 샷] 수천만년 이어진 '악연'… 파리 번데기 화석 안에서 웅크린 기생벌 발견

바람아님 2018. 9. 6. 10:52

(조선일보 2018.09.06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파리 번데기 화석 안의 기생벌


파리 번데기 화석 안의 기생벌▲ /독일 칼스루에공대


아무리 질긴 악연(惡緣)이라도 수천만 년이나 이어질 수 있을까.

파리와 기생벌의 무시무시한 기생(寄生) 관계는 상상을 초월한다.

독일 카를스루에공대(KIT) 반 데 캄프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3000만~4000만 년 전 파리 번데기 화석 안에서 기생벌〈사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생벌이 송진에 갇힌 채 호박(琥珀)으로 굳은 화석은 더러 발견됐지만 이번처럼 숙주(宿主) 안에 숨은 채

화석이 된 모습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캄프 교수는 초고속 X선 영상으로 길이 3~4㎜ 쌀알만 한 크기의 번데기 화석 안에서 거의 성충이 다 된 기생벌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번데기 화석은 1890년대와 1900년대 초에 프랑스 남부의 광산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1500여 개의 번데기 화석 중 55개에서 기생벌을 찾아냈다.


기생벌은 예나 지금이나 곤충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다른 곤충의 몸에 바늘같이 날카로운 산란관을 찔러 넣어 알을 낳는다.

기생벌 애벌레는 숙주(宿主) 곤충을 안에서부터 먹어치우고, 성충이 돼 빈 껍데기만 남은 숙주의 몸을 가르고 밖으로 나온다.

공상과학(SF) 영화 '에일리언'에서 외계 생명체가 사람 몸 안에서 자라던 모습 그대로다.

연구진은 번데기 화석에서 4종의 기생벌을 새로 확인했는데, 이 중 2종의 학명(學名)에 에일리언에 나온

외계 생명체 '제노모프(Xenomorp)'의 이름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