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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도 인정한 한국형 원전 안전성, 탈원전으로 발목잡아선 안돼

바람아님 2018. 10. 6. 09:53

조선비즈 2018.10.05. 10:46

 

신고리 4호기의 원형 설계인 신형경수로1400(APR1400)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NRC)의 표준설계인가 심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로써 기술적 심사는 완료됐고, 6개월의 정부 공고를 거쳐 설계를 법적으로 인가하는 절차만 남았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미국은 승인한 원전 설계를 법으로 공식화 한다. 유효기간은 15년이다. 설계자는 물론 규제자가 승인된 설계의 변경이나 재심사 제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설계인가를 받은 원전은 안전성 심사가 완료된 것으로 전력사업자가 신규 원전을 도입할 때 우선 고려한다.


현재 설계인가를 받은 원전은 5개로 제너럴일렉트릭의 ABWR,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등 모두 미국 원전이다. 미국 외 원전이 설계인가를 받은 것은 신형경수로1400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3800명의 인력과 1조가 넘는 예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의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이다. 독보적인 안전검증 기술과 치밀한 심사로 정평이 나있다. 따라서 미국의 안전규제기준은 상당수가 세계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세계적으로 공인된 안전 수준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프랑스도 유럽형경수로(EPR)을 가지고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심사에 도전했고, 일본도 개선형경수로(APWR)로 설계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모두 중도에 포기했다. 6단계로 구성된 심사과정에서 프랑스는 4단계, 일본은 2단계의 벽을 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로 원전 수출시 상대방의 요청으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심사를 준비했다. 안전에 자신이 있었기에 UAE의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2015년 3월 시작해 42개월에 걸쳐 2000여항목이 넘는 질의 대응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승인으로 신형경수로1400은 다시 한번 국제적인 안전성을 입증하였다. 하지만 신형경수로1400에 기초해 지어진 신고리 4호기는 아직도 운영허가 심사중이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에 운영허가를 받았어야 했다.

신고리 4호기는 경주·포항지진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운영허가를 미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형경수로1400을 적용한 신고리 4호기의 쌍둥이 원전 신고리 3호기는 한주기 운전을 마치고 두번째 주기 운전 중이다.


지진으로 신고리 4호기의 운영허가를 미룰 정도라면, 신고리 3호기는 물론 월성, 고리 지역 원전에 대해서도 어떤 근거로 가동을 허용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규제는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설계 자체를 법제화하는 것도 결정된 사항을 일관성 있게 적용해 행정과 산업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신뢰 받는 이유는 철저히 기술적인 측면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비상임이 아닌 상임위원 체제이며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풍부한 전문 경험을 가진 인사를 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이를 통해 친원전은 물론 반원전 인사 역시 걸러지고 5년의 임기를 보장한다.


현재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여성과학자인 크리스틴 스비니키 박사다. 원전산업과 진흥을 담당하는 에너지부에서 근무했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애니 캐푸토 위원도 원자력을 전공한 여성과학자이다. 캐푸토 위원은 미 원전 사업자인 엑셀론에서 근무했다. 이 같은 인재들을 등용해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금과 같은 신뢰받는 전문기관이 됐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승인 획득은 우리의 기술력과 원전 안전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설계승인이 해외 수출의 밑거름은 물론 국내에서 원전 안전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해 일관성 있는 원자력안전 기술 행정을 확립하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 필자 약력: 정동욱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석사 -미국 MIT 원자력공학과 박사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처장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에너지환경전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