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동서남북] 이웃 나라들만 박수치는 한국의 反기업 정책

바람아님 2018. 10. 8. 07:10

(조선일보 2018.10.08 호경업 산업2부 차장)


상반기 제조업 해외투자 8조원… 對베트남 투자는 1등 다툴 정도
反기업·反시장 정책 계속되면 일자리 참사·脫한국 심화될 것



호경업 산업2부 차장호경업 산업2부 차장


"중소 제조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베트남 투자 강의를 했는데 100석이 넘는 자리가 꽉 차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만난 한 베트남 전문 변호사는 "강의장에서 만난 그분들 대부분은 여차하면

한국을 떠날 생각이 많은 듯 보였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탈(脫)한국과 관련된 글들이

쏟아진다. 직원 100명을 고용한다는 30대 제조업 사업가는 "2년간 30% 가까운 급여 상승이 일어나

내년에는 해외로 공장을 옮기려 한다"며 "주변 사장님들도 베트남, 인도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한 IT 관련 종사자는 "두 자릿수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우리 업종의 상위 3곳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거나 떠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속한 나머지 군소 업체들도 경쟁력을 위해 따라 나갈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덧붙였다.


통계를 봐도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 탈출 행렬은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수출입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해외직접투자 자료를 분석해보면 한국 제조 기업이 올 상반기 세계 각국에 투자하겠다고 한

신고 건수는 2349건, 금액으로는 8조2000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만 봤을 땐 재작년 2763건, 작년 2838건, 올 상반기 1556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물론 꼭 필요한 해외 투자가 있다.

대·중견기업들이 인도, 중국 같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미국 같은 선진국에 인공지능 연구소 등을

짓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 제조 기업까지 탈한국 횟수와 시도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 경제 생태계에 암종양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제조업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 양질의 일자리로 꼽힌다.

그런데 제조업 고용 인원이 올 8월 1년 전보다 10만5000명이나 줄었다. 올 4월부터 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자동차,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연구원은 별도 보고서를 통해

"이에 더해 국내에 있어야 할 좋은 일자리가 해가 갈수록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임금 제조업 종사자들이 사라지면 이들이 이용하던 식당, 쇼핑몰 같은 서비스업종에서 일자리가 연쇄적으로 줄게 된다.

제조업에서 일자리 1만 개가 줄면, 다른 산업에서 일자리 1만3700개가 추가로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는 사이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중국·미국·일본·인도 등에서 현지인용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투자 순위에선 한국은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3배 큰 일본과 1등을 다투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고용 문제에 있어서는 하반기부터 가슴에 숯 검댕을 안고 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 지역별 차별화와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좀 더 길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두 가지는 작년부터 기업들이 "이것만이라도 해달라"고 간절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하지만 부총리의 입에서 '검토'라는 말이 떨어진 것은 '일자리 참사'가 벌어진 한참 뒤였다.


유기체나 다름없는 기업은 외부에서 위협 신호가 오면 바로 생존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다.

여기에는 도덕이나 이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과 같은 반(反)시장·반기업 정책이 쏟아질수록

기업인들은 해외 이전이란 생존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출 중심의 무역국가 한국에서 해외 요인을 감안하지 않은 '우물 안 개구리' 정책은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이를 보며 박수치는 중국·일본 등 경쟁국들이 보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