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다수의 暴政 '인민 독재' 막으려면 . 버나드 크릭 지음|이혜인 옮김|스윙밴드|264쪽|1만5000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거리에 나온 이들은 당시를 '민주주의의 위기'라 했다. 그런데 촛불로 탄생한 현 정권에서도 민주주의의 위기가 다시 거론된다. 정부조직이 전에 없이 비대해졌고, 국정의 일방통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정의(定義)와 역사, 나라마다 다른 제도의 현황과 특징 등을 개론서 차원에서 접근하면서도 핵심적인 논란거리와 사례를 통해 민주주의의 정체 파악에 나선다. 가령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필연성을 인정하면서도 '다수에 의한 폭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민주'가 국민 다수에 의한 통치만 의미한다면 인민 독재와 소수자의 인권 훼손을 초래하는 인민민주주의도 민주주의임이 분명하다. 플라톤은 일찌감치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민주주의를 무정부주의라고까지 비난했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다수결 이상의 의미를 갖기 위해, 또한 개인의 이익에 의해 요동치는 불안정한 군중의 의사 표현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 포퓰리즘의 위험을 뿌리치거나 국제 문제에 제대로 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국민 각자가 자신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가위로 종이 오려붙이듯 이제는 유전자 편집 시대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476.1-ㅅ528ㅅ/ [마포]문헌정보실 생명과학 기술이 인류를 폭주 기관차에 태워 미래로 내달리고 있다. 하지만 기차에 탑승한 이들은 말이 없다. 배아 유전체 편집, 유전자 가위 등 가치관을 뒤흔들 뉴스가 쏟아지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세대 생화학 교수인 저자는 생명과학 기술의 핵심을 쉽게 풀이한다. 책은 유전체 합성·창조와 직결된 합성생물학과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름은 가위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사실 세균 면역반응 시스템에서 유래한 기술이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의 DNA를 보관해둔다. 다음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저장된 정보로부터 침입한 DNA 염기서열을 인식해 잘라 버려 무력화한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해 특정 유전자를 더하거나 빼는 기술이 유전자 가위다. 글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은 중간중간 귀여운 고양이 선생이 나와 그림으로 설명한다. 윤리적 쟁점도 짚는다. 과학자인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과학이 논쟁과 윤리적 쟁점 때문에 나아가기를 멈춘 적이 없다며, 과학의 진보는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
[책마을] 근현대 격동기 함께한 한국 화교 100년의 시간 (한국경제 2018.10.25 윤정현 기자) 화교가 없는 나라 이정희 지음 / 동아시아 / 240쪽│1만5000원 322.9511-ㅇ292ㅊ/ [동대문]종합자료1실(4층) 귀화해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한 중국인인 화인(華人)과 구분된다. 화교는 임오군란(1882년) 때 청나라 군대의 개입 이후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1944년 7만 명에 달했던 화교는 현재는 2만 명 정도로 줄었다. 《화교가 없는 나라》는 중국인의 한반도 이주가 본격화한 1882년부터 현재까지, 137년간의 시간을 되짚는다. 한국의 근현대 격동기를 함께해온 그들의 사회적 역할과 경제적 영향에 주목했다.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인 저자는 중국 칭화대 화상연구센터 초빙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화교 연구에 20년을 매달려온 그가 내놓은 기록이다. 100년의 시간을 쪼개 통시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주제별로 나눠놓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대부분 산둥성 출신인 한국 내 화교는 억척스럽고 재주가 좋았다. 한국 근대사에서 경제적 존재감이 컸던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중화요리점이다. 서울과 인천에서 화교가 차린 중화요리점의 초기 주요 고객은 화교였다. 그 음식이 점차 한국인의 생활로 스며들어 해방 후 완전히 정착됐다. 책에 따르면 1960년대 말 전국 중화요리점은 2400개에 달해 화교의 70%가 이곳에서 일했다. 하지만 이후 화교 중화요리점에 대한 각종 규제와 화교의 해외 이주, 중화요리를 익힌 한국인들의 창업에 따른 경쟁에 부딪혀 주춤했다. 저자는 “1970년대 한국을 떠난 화교가 중국 대륙을 비롯한 세계에 한국식 중화요리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음식과 함께 양복점과 이발소도 화교들의 기술 기반 업종이다. 식칼과 가위, 면도라는 상징으로 저자는 이를 ‘삼도업(三刀業)’이라 칭한다. 중화요리점에 비해 양복 및 이발업이 생소한 것은 의복과 두발 근대화 덕에 일제강점기 때 융성했지만 해방 후에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삼도업뿐 아니라 포목점 주물공장, 양말제조, 채소 재배 능력을 발휘하면서 근대 초 조선 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며 “건축 기능공으로도 뛰어나 서울 명동성당, 약현성당 건축에 그들의 숙련된 노동력이 크게 기여했다”고 서술한다. 21세기 들어서는 조선족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노동력이 빠르게 늘었다. 서울 대림동엔 ‘신(新)화교’라 부르는 이들이 정착하면서 거대한 상권을 형성했다. 그 덕분에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 주말에만 5만 명이 찾기도 한다. 저자는 화교가 주로 활약한 산업 분야와 그들이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고 있었는지, 왜 화교 경제가 쇠퇴했는지도 추적한다. 한국을 거쳐 간 화교의 역사를 통해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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