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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폭탄 95% 줄여줄 기특한 냉난방기 개발됐다

바람아님 2018. 11. 3. 07:51

[중앙일보] 2018.11.01 17:18


올여름을 강타한 키워드 중 하나는 '전기요금 폭탄'이었다. 전기를 절약하려고 에어컨을 껐다 켰다 하면 오히려 전기요금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하니 끌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켜두기도 망설여졌다. 무더위 속 펼쳐진 딜레마였다.
 
올 여름 주목된 키워드는 전기요금 폭탄이었다. 계속된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7월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봇물을 이뤘다. 사진은 지난 8월 6일 한국전력 대전본부에서 한전 협력회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발송할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정리하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올 여름 주목된 키워드는 전기요금 폭탄이었다. 계속된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7월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봇물을 이뤘다. 사진은 지난 8월 6일 한국전력 대전본부에서 한전 협력회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발송할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정리하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냉난방기의 효율성과 연관이 있었다. 쉽게 말해 더 적은 전기 혹은 에너지로 냉난방을 할 수 있다면, 요금 고민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프랑스 연구진과 공동으로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의 냉난방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는 기존의 5%만 쓰고 '물'을 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1일 장종산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CCP 융합연구단 박사팀은 프랑스 CNRS 연구소와 함께 '친환경 냉난방기용 흡착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냉난방기는 전기식ㆍ 전기히트펌프(EHP)를 이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장종산 박사는 "기존 에어컨에는 프레온 가스 등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는 냉매가 중간에서 온도를 조절하고, 실외기를 사용하는 만큼 전기도 많이 들었다"며 "그러나 이번 개발된 흡착식 냉난방기는 물이 증발하고 응축하면서 열을 빼앗거나 방출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만큼 전기가 거의 들지 않고 친환경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발된 흡착식 냉난방기는 냉난방기 속 순환하는 물을 이용해 작동되는 만큼, 프레온 가스 등 냉매가 필요없어 친환경적이고 전기효율이 높다. [중앙포토]

이번 개발된 흡착식 냉난방기는 냉난방기 속 순환하는 물을 이용해 작동되는 만큼, 프레온 가스 등 냉매가 필요없어 친환경적이고 전기효율이 높다. [중앙포토]

  
기존의 프레온 가스 냉매를 대체하는 것은 바로 '흡착제'다. 장 박사는 "흡착제가 냉난방기 안에서 순환하는 물을 빨아들여 냉방을 촉진하고 반대로 포화되면 열을 방출하는 식으로 재생된다"며 "보통 물은 100도가 넘어야 증발하지만, 이는 흡착제는 70도 이하의 저온에서도 이것이 가능해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흡착제는 있었지만 그 효율을 개선해 상용화에 한 발짝 다가갔다는 게 장 박사의 설명이다.
 
흡착제의 효율 개선에는 프랑스 CNRS 연구팀과 진행한 소재연구가 도움이 됐다. CNRS는 한국의 화학연과 같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지만 직원 규모만 5만명이 넘는 초대형 연구기관이다. 화학연은 공동연구를 통해 지르코늄 물질을 이용한 '다공성 금속-유기 골격체 MOF(Metal-Organic Framework)'를 흡착제로 사용했다. 흡착제가 물에 잘 흡착하는 성질과 싫어하는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어 냉난방에 동시에 이용이 용이하고 효율이 높다는 것이다. 
 
화학연구원이 개발한 고효율 흡착제의 현미경 사진. 친수성(물을 좋아하는 성질)과 소수성(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어 냉난방기에 모두 사용가능하다.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화학연구원이 개발한 고효율 흡착제의 현미경 사진. 친수성(물을 좋아하는 성질)과 소수성(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어 냉난방기에 모두 사용가능하다.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실제로 새롭게 개발된 흡착제는 기존 물을 이용한 냉난방기에 사용됐던 '제올라이트' 흡착제보다 효율이 24% 높고, 흡착용량도 옷장에 넣어두고 사용하는 '실리카겔' 흡착제보다 2배 이상 크다. 따라서 흡착식 냉난방기는 물을 순환시키는 간단한 장치만 구동시키면 돼 기존 전기의 5%만 사용하면 된다. 장 박사는 "친환경 냉매인 물을 사용하면 연간 에너지 7300 t(TOE)을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1만9500 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태양열을 이용한 보일러 속 물도 재활용하는 등 폐열을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 낭비가 적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지난 5월 해당 기술을 국내 특허로 출원했으며, 현재는 흡착식 냉방ㆍ제습ㆍ건조기 제품의 사업화를 위해 기술계약 및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해당 논문은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