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들과 비교하면 가장 높다고 자랑했다.
세계 경제 흐름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GDP 성장률은 한국이 2.7%, 미국은 2분기 4.2%를 달성해 한국이 죽을 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의 GDP 규모는 미국의 약 13분의 1밖에 안되는데 성장률은 반쪽이어서 충격 그 자체다.
대통령은 이어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찬탄을 보냅니다. 우리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라고 프롬프터를 읽어내려 갔다. 지난주 주가 폭락사태가 왔을 때 한국의 주가 하락폭은 세계에서 최고로 컸다. 왜 그랬는지 조사해봤더니 한국의 경제전망이 나쁜 데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과 균열이 걱정돼 외국인들이 대량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중국에 들러보면 한국 경제에 더 이상 도움을 받을 게 없다며 대놓고 한국 경제인들을 무시한다"고 말한다. 미국계 증권사 대표는 "전 같으면 한국 대표기업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기 위해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번엔 전화 한 통화 없다"고 했다. 이것이 지금 세계가 한국을 보는 눈이다.
세계 모든 교과서는 한국이 2차대전 이후 민주화와 경제선진화를 동시에 달성한 우등생이라고 칭송해놓고 있다. 그것은 과거정부의 성적표다. 지금은 아무도 찬탄하지 않고 비아냥댄다. 국회 입법처는 내년에 1인당 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고 2023년에 4만달러로 예측했지만 이는 가짜이며 스페인 그리스처럼 2만달러대로 도로 내려갈 확률이 훨씬 크다.
이렇게 상황이 나빠진 것은 현 정부가 경제팀과 3대 정책을 잘못 설정한 데 기인한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 일본, 독일 같은 정책을 채택했더라면 문 대통령이 바라는 함께 잘사는 나라 쪽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산업, 세제, 재정정책에서 우리는 거꾸로 갔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그 요체는 임금(소득) 주도가 아닌 투자 주도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런데 기업, 특히 대기업을 악(惡)으로 취급하고 그러다 보니 줄줄이 어려워져 해외로 떠나겠다고 할 정도로 국민기상이 떨어졌다. 우리가 어디서 자부심을 찾을수 있단 말인가.
청와대와 여당도 잘못된 팀(team)과 정책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공감대가 공유되니까 김앤장 교체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연설문은 소득주도,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계속 추진하겠다 하고 그렇게 읽었다. 정말 그러려면 뭐하러 경제팀을 바꾸나. 정책이 같으면 누가 하나 결과는 마찬가지 아닌가.
또 3대 정책에 대한 주장의 논거에 단골로 따라붙는 어귀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도대체 무슨 '과거'를 말하는가. 맥킨지는 9월 발간한 아웃퍼포머(뛰어난 성장국가)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난 50년간 1인당 GDP가 3.5% 증가해 미국의 1.5%를 압도했다고 '찬탄'했다. 다만 한국이 미국, 일본, 독일보다 부족한 게 번듯한 기업 수였다.
문 대통령의 말마따나 '함께' 잘살려면 과거처럼 기업 육성, 즉 민간 분야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창업과 기업 더 키우기로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약자 계층에 대한 복지를 구정권들보다 더 늘리면 된다. 브라질처럼 좌파정권이 예산을 퍼부어 나라를 파탄시키자 전혀 검증 안된 욕쟁이 극우파를 대통령으로 뽑는 불행은 없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집권 2년차가 다 지나가는데도 기업인을 만나지도 않고 경제장관처럼 회의 주재도 별로 하지 않았다. 경제 분야에 대한 콘텐츠가 약해서 그랬으리라고들 선의로 해석한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유능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연설문 작성자는 무능한 콘텐츠를 국민에게 선사한 것이다. 대통령은 전문 분야의 경우 과거 전두환 정권처럼 프로들에게 맡기는 게 상책이다. 그러려면 경제부총리-경제수석 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요소들은 대통령이 걷어내 줘야 한다.
[김세형 고문]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정훈 칼럼] 한국 반도체, 세 번째의 天運 (0) | 2018.11.10 |
---|---|
[선우정 칼럼] 文 정권, 비난만 하지 말고 제발 직접 해 보라 (0) | 2018.11.08 |
[김광일의 입]벌거벗은 임금님, 文대통령 (0) | 2018.11.06 |
[사설] 文 대통령, 국회협조 앞서 정책부터 바꿨어야 (0) | 2018.11.04 |
[기고] 탈원전 밀어붙이는 한국, 탈원전 수정 국민투표하는 대만/<시론>탈원전 청구서가 쌓여간다 (0) | 2018.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