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사설] 日 기업 취업 박람회에 몰린 韓 청년들을 보며

바람아님 2018. 11. 8. 08:24


조선일보 2018.11.07. 03:18

 

110여 개 일본 기업이 부산에 차린 채용 박람회에 한국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700여 명을 뽑는데 6200명이 지원했고 서류 심사를 통과한 2500명 중 1000여 명이 면접을 보러 왔다. 나머지는 7일 서울에서 열릴 채용 박람회에서 면접을 볼 예정이다. 예년엔 100명 정도가 일본에 취업했는데 올해는 채용 인원이 7배 이상 늘었다. 닛산·ANA 같은 대기업까지 와서 구인에 나섰다. 그만큼 일본에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얘기다. 이번 행사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했다. '일자리 정부'가 국내에선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다른 나라 기업에 손을 벌리는 듯해 씁쓸하다.


지금 우리는 청년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고 구직자당 평균 일자리 개수를 의미하는 구인(求人) 배율은 0.6으로 떨어졌다. 반면 일본의 구인 배율은 44년 만의 최고인 1.64까지 치솟았다. 일본은 구직자 1명을 데려가려 1.64개 기업이 싸우는데, 한국은 거꾸로 일자리 1개를 놓고 구직자 1.68명이 경쟁하고 있다. '일자리 정부'가 해외 취업 알선 기관으로 바뀌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반대였다. 한국은 손꼽히는 저(低)실업 경제였던 반면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며 일자리난에 시달렸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규제개혁과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펴면서 장기 침체 탈출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병들어가는 경제에 설탕물만 주는 포퓰리즘을 거듭했다. 구조개혁과 체질 개선 없이 쇠락해가는 경제가 '소득 주도 성장'을 내건 정부를 만나면서 일자리가 격감하는 정책 자해(自害)까지 벌어졌다. 그 차이가 지금 두 나라의 일자리 역전을 낳았다.


청년 인재는 국가적으로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청년들의 해외 진출도 필요하지만 국내 취업 시장이 안정된 다음의 얘기다. 애써 교육시키고 키운 청년들을 우리 경제가 활용하지 못하고 일본 기업들에 넘겨주는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동개혁, 규제개혁과 같은 입에 쓴 약 먹기를 거부하고 정치 포퓰리즘이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리면 동남아나 남미의 일자리

엑소더스(대탈출)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가 4분기엔 취업자 수가 '0명 수준의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