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젠쿠이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가 지난 26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에이즈에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 여자 아이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고 공개하면서 세계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당장 중국 내에서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즉각 해당 기관에 관련자의 과학 연구 활동을 중단시킬 것을 요구했고 중국 과학자 120명은 공개편지를 통해 “미친 짓이며 윤리적이지 못한 실험”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나라 분위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대부분 국가에서 인간 배아를 활용한 유전자 조작기술 연구를 법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유전자 연구의 선진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도 유전병 치료 등 특정 목적의 기초연구에 한해서만 인간 배아 교정을 허용한다. 2015년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유전자 교정을 논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인간 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 교정은 기초연구에 한해 법과 윤리적 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배아단계까지만 실험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합의됐다. 한국은 2005년 ‘황우석 사태’이후 배아를 활용한 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반면 동물을 대상으로 한 배아 유전자 편집 연구는 활발하다. 쥐 뿐만 아니라 무당개구리, 돼지, 원숭이와 같은 다른 동물들도 유전자 편집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배아 연구 어디까지 허용할지 견해차
사람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면 뇌, 심장, 콩팥, 간, 소화기관, 탯줄과 같은 기관들이 형성되고 그 개체를 배아라 한다. 배아의 크기는 약 0.5cm 정도이다. 양수가 차고 태반이 발달하면서 배아는 세포 분열을 통해 사람 형상을 갖추게 된다.
복제배아는 정자와 난자의 자연적인 수정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이를 실험실에서 배양한다는 것에 차이점이 있다. 자연적으로 수정된 배아가 그 부모와 유전적으로 동일하듯이 복제 배아도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생명윤리법은 “배아는 인간과 동일한 지위를 갖지는 않지만 생명체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계에선 배아에서 척추가 자라는 원시선이 생기는 시기부터 생명체로 인정한다. 하지만 수정란과 배아를 인간으로 발달하기 위한 모든 잠재성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견해도 많다. 배아 연구가 인간을 수단화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실제 중국의 ‘유전자 조작을 통한 쌍둥이 출산’에는 400개에 달하는 배아가 사용됐다. 실험에 사용된 배아는 실험이 끝난 후 폐기하는데 이런 이유로 인간배아는 항상 생명윤리 논란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의 정확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점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유전자 편집 아기 사건을 계기로 과학계도 어디까지 배아를 다룰 것인가 고민이 깊어졌다. 한국도 이런 고민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인간 배아 연구의 효용성을 완전히 부인하기도 어렵다. 유전자 치료제가 잇따라 등장하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에이즈, 암과 같은 난치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기술의 생명 공학 및 제약응용분야의 전체 세계 시장은 35억 1400만달러로 연평균 13.7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해외 수준으로 줄기세포 및 유전자치료 연구규제를 풀겠다며 생명윤리법에 대한 개정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법 개정을 논의하는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켜 쟁점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10월에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사실상 유전자가위기술 연구를 위한 규제를 전면 풀어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당분간 배아 연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