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1.17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공감 제로: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다른 이에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소름 끼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제각각 다른 상황 속에서 일어난 사건들이지만 공통으로 드는 의문은 바로 가해자가 대체
어떠한 마음 상태여야 피해자에게 이토록 큰 고통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으니 정말 나쁜 사람인 거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세밀하게 읽어내서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떠한 상처를 줄지
정확히 알고 아픔을 주면 더 나쁜 사람 아닐까요?"
진정한 악인은 누구일까, 한 선배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법적·윤리적 판단을 하기에 앞서 과학자들의 견해를 궁금해했다.
수많은 과학자의 서로 다른 가설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공감능력의 결여가 악(惡)의 기원이라고 말하는
뇌과학자들의 연구가 떠올랐다.
대표적인 연구자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정신병리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뇌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이다.
그는 자신의 책 '공감 제로: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사이언스북스)에서
우리가 흔히 악마라고 부를 만큼 극악무도하고 잔혹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뇌와 마음을 분석했다.
자신이 치료했던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스트 등 다양한 환자의 증후군을 예로 들며 저자가 내린 결론은,
바로 타인과 교감하는 능력이 바닥난 '공감 제로' 상태에서 인간의 악한 본성이 고개를 든다는 것.
그는 '악'의 정의 자체를 '공감 결여'라는 단어로 대체하자고 주장한다.
공감 제로 :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
사이먼 배런코언/ 홍승효/ 사이언스북스/ 2016/ 287 p.
184-ㅂ658ㄱ/ [강서]2층 인문사회자연과학실
사탄으로 타락해버린 대천사 루시퍼의 죄는
바로 '자기애', 즉 자기 자신 외 어떠한 존재의 소중함도 보지 못하는 상태이며,
이것이 선량한 사람도 악인으로 만드는 메커니즘이라고 '루시퍼 이펙트'의 저자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교수는 말한다.
배런코언 교수의 '공감 제로' 가설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무엇이 우리의 공감 능력을 결여하게 만들까. 최신 뇌과학 연구 중에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를 타락하게 하는 것은 타인에 대해 함부로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이 시작되는 순간이 아닐까.
사람과 사람이 똑같이 소중하지 않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그러한 사회야말로 '공감 결여'가 팽배한 곳이 될 거라 우려된다.
같이 읽을만한 책 :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감 연습 : 제대로 공감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 |
인간회복의 경제학 : 공감과 연대에 기초한 21세기 인간 중심의 새로운 경제 저자: 진노 나오히코/ 김욱/ 북포스/ 2007/ 263p | |
루시퍼 이펙트 블로그내 관련 글 : [장강명의 벽돌책] | |
"나는 정의롭다" 외치는 사람들이 만드는 지옥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 |
블로그내 같이 읽을 거리 :
[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他人에게만 잘하는 아버지… 그는 이타주의자인가 (조선일보 2017.09.22)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의 저자 김학진 교수는
이 책에서 인정 욕구가 이타적 동기의 근원에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http://blog.daum.net/jeongsimkim/30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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