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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미제사건 푼 과학수사,과학계 미투운동..올해 최고 과학뉴스들

바람아님 2018. 12. 3. 08:08

동아사이언스 2018.12.02. 12:00


사이언스誌 2018년 최고 과학뉴스 온라인 투표 시작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올해 과학계를 뒤흔든 12개의 이슈에 대한 순위 선정을 위해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한국 시간으로 오는 6일 오후 2시까지 사이언스 홈페이지를 통해 투표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이달 20일 발표할 예정이다.

남극 지하에 설치된 중성미자 탐지기의 모식도다-사이언스 제공

■ 고에너지 중성미자는 37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왔다

남극의 과학 연구시설인 ‘아이스큐브’ 과학자들은 남극 빙하 아래에 광센서 5160개를 매단 줄을 심어 놓고, 아주 드물게 수소나 산소의 원자핵 등과 충돌해 모습을 드러내는 중성미자를 찾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22일 지하 2㎞ 지점의 센서에서 중성미자의 정체가 확인됐다. 이 중성미자의 에너지는 290조 전자볼트( eV)에 달했다. 태양이나 원전에서 나오는 것보다 에너지가 수백 만 배나 높은 수치다.


아이스큐브에 참여한 12개국 약 300명 과학자는 “이 중성미자가 37억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나왔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7월 13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1광년은 빛의 속도로 1년 이동하는 거리로 약 9조4600억㎞에 해당한다. 이 중성미자는 약 350조㎞ 떨어진 천체(TXS 0506+056, 블레이저) 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포함한 여러 과학자들이 페르미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아이스큐브가 포탁한 중성미자의 경로를 수색했다. 그 결과 북반구 하늘에서 보이는 오리온자리를 지나 남극까지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끝에는 태양보다 1억배 큰 블랙홀을 가진 블레이저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고에너지 우주 중성미자의 발원지가 블랙홀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Grazhdankin 제공

■ 선캄브리아기 막바지에 나타난 동물화석 발견

지구가 생성됐을 때부터 약 5억4100만 년 전까지의 시기를 선캄브리아기라고 부른다. 지질시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캄브리아기에는 지구 탄생 초창기에 생명체가 없던 때부터, 박테리아류. 무골격 동물이 생겨난 시기를 포함한다. 골격동물이 생겨나기 시작한 캄브리아기 이전시기를 뜻한다. 약 6억년전에서 5억4100만년까지 선캄브리아기의 끝자락에 나타난 생물을 에디아카라 생물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에 속했던 동물들은 어떤 모습 일까. 조첸 브록스 호주국립대 교수 연구진이 러시아 북서부 백해 인근에서 약 5억5800만 년 전 생물의 화석을 발견하고, 함께 보존된 세포 조직에서 동물성 콜레스테롤 성분을 검출했다고 지난 9월 ‘사이언스’에 밝혔다. 콜레스테롤은 동물 세포막을 구성하는 기본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화석이 에디아카라 생물군의 일종인 디킨소니아이며, 콜레스테롤을 가진 걸 볼때 동물로 분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디킨소니아는 동물인지 동물과 식물의 중간체인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 발견으로 디킨소니아가 다세포 동물임이 확인된 셈이다.

Harvard Medical School 제공

■ RNA 전사체가 좌우하는 세포의 운명

제브라피쉬는 사람처럼 심장이나 간, 췌장, 신장, 흉선 등 대부분의 장기를 가지고 있는데다 유전자 70%가 인간과 같다. 그래서 배아(수정란) 발달 연구의 널리 활용된다. 다니엘 와그너 미국하버드대 의대 시스템생물학과 연구원 연구진은 제브라피쉬 배아의 RNA전사체의 염기를 분석했고, 그 변화 과정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쉬 배아에서 약 9만2000여개의 RNA 전사체가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전사체의 상호작용으로 특정 장기세포로 배아세포의 운명이 결정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했다. 와그너 교수는 “RNA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해 전체 배아세포 간 유전자 변화와 발현 흐름을 파악하면 향후 고등생물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niversity of Oxford 제공

■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딸이 확인됐다

같은 조상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인은 약 40만년 전 완전히 다른 종으로 분리됐다고 알려졌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각각의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했고 모두 약 4~5만년 전 멸종했다. 하지만 이 두 종이 완전히 분리돼 생활하다 멸종한 것이 아니며, 특정 시기에 만나 둘 사이의 교배가 이뤄졌다는 가설도 존재하는 상황이었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연구소 연구진은 2012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알타이 산맥에서 발견된 데니소바 동굴에서 찾았던 소녀의 화석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연구 결과 네안데르탈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13세 소녀로 확인됐다고 8월 22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소녀의 화석은 학계에서 ‘데니소바11’로 불린다.


연구진은 이 소녀의 유전자를 잘게 쪼개 분석했다. 그 결과 약 38.6%의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과, 42.3%의 유전자가 데니소바인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로 다른 인류 조상 종(種) 간 교배가 이뤄졌던 점은 여러 차례 증거로 나타났지만 두 인류 종간에서 태어난 1세대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Science 제공

■ 과학적 수사법으로 강력범죄 미제사건 범인 체포

지난 1976년에서 1986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미국 언론마다 추정치가 다르지만 드엔젤로는 12명의 살인, 40~50건의 성폭행, 120여건의 강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범인을 캘리포니아주의 별칭을 앞에 붙여 ‘골든 스테이트 킬러’로 불렀다.


올 4월 24일 미국 새크라멘토 경찰은 일명 골든스테이트 킬러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범인은 72세의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였고, 전직 경찰관으로 확인됐다. 공공 DNA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되면서, 범죄 현장에서 나온 DNA 조각들과 비교했고 이를 통해 가장 유력한 범인을 특정하는데 성공했다.

유럽우주국 제공

■ 17억개 별로 가득한 은하지도 공개

유럽우주국(ESA)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가이아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리 은하계에 있는 17억 개의 별을 관찰해 별들의 밝기와 색상, 밀도, 성간 먼지 정보를 알아내 3차원 지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4월 25일 밝혔다. 또 태양계에서 1만4099개의 소행성을 찾아냈다.


ESA는 우리 은하계의 가장 크고 정확한 3차원 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13년 12월 가이아 우주망원경을 발사했다. 가이아 우주망원경은 2016년 처음으로 10억개의 별을 관측해 분류한 지도를 공개했다. 이 지도에는 약 200만 개에 달하는 별의 정확한 거리와 움직임 정보 등이 포함됐다. 지난 4월 공개된 지도는 2016년 발표된 지도보다 별의 위치가 더 정확하고 광범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계에 있는 별의 개수를 1000억~4000억 개로 추정하고 있다. ESA는 가이아 위성의 자료를 바탕으로 오는 2020년에 마지막 은하 지도를 작성해 발표할 예정이다.

RNA 간섭을 이용한 약물이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Science 제공

■ RNA 간섭 약물 첫 FDA 시판 허가

과학자들은 RNA가 DNA의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닥이 아주 짧은 형태일 때는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차단해 암과 같은 질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RNA 간섭'이라고 한다. RNA 간섭이 처음 목격한 건 1993년 당시 하버드대 빅터 암브로스 교수(현재는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다. 그는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자 복제 과정에서 22개의 염기로 이뤄진 짧은 RNA들이 작용하면 예쁜꼬마선충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간섭이라 표현하진 않았다.


이후 많은 연구진과 제약회사들은 RNA 간섭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짧은 RNA 염기가닥을 병을 발병시키는 세포의 유전자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8월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약회사 앨나이람 파마슈티클이 희귀 유전병인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치료제로 개발한 ‘파티시란(제품명 온파트로)’에 대한 판매를 승인했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은 유전 변이로 인해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이 분해되지 않고 여러 조직에 축적돼 말초신경병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앨나이람 파마슈티컬즈는 음전하를 띠는 짧은 RNA 염기가닥을 양전하를 띠는 지질나노분자로 이중으로 감싸는 기술을 개발했다. 짧은RNA 염기가닥을 간세포로 이동시켜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간섭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처음으로 승인된 RNA 간섭 약물로 기록됐다.

초파리의 뇌 신경망 구조가 이미지로 확인됐다-University of Camvridge 제공

■ 초파리 뇌 신경계 3D 이미지로 만들다

초파리의 뇌 신경망을 정밀하게 그린 3차원(3D) 이미지가 공개됐다. 데비 보크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그룹장 연구진은 초파리의 뇌를 잘게 자른 뒤, 투과전자현미경(TEM)과 고속카메라로 촬영해 고해상도 이미지 2100만 개를 만들고 이들을 엮어 3D 이미지로 변환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7월 국제학술지 ‘셀’에 밝혔다.

초파리는 구애 춤을 추거나 학습을 하는 행동을 하지만, 이를 조절하는 신경 회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크 그룹장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수년 내 완벽한 초파리 뇌지도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뇌 신경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단드 빙하 내부에서 거대 운석충돌흔적이 발견됐다. 당시 충돌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NASA 제공

■ 그린란드 빙하에서 찾은 거대 운석충돌 흔적

그린란드의 북부 히아와타 빙하 밑에서 프랑스 파리보다 큰 거대 운석 충돌 흔적이 발견됐다. 쿠르트 크재르 덴마크 코펜하겐대 자연사박물관 지리유전학센터 교수 연구진은 그린란드 북부의 빙하층에서 지름 1.5㎞ 규모의 소행성에 가까운 운석이 부딪혀 생긴 거대 충돌구를 확인했다고 지난 11월 14일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충돌구 지름은 약 31㎞로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 면적보다 넓다. 지구에서 발견된 대형 운석충돌구 중 크기로 25위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지난 2015년 7월 그린란드 빙하층의 지하 지도를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하다가 그린란드의 히아와타 빙하 아래 약 1㎞ 깊이에서 운석 충돌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원형으로 깊이 파인 지역을 발견했다.


이 충돌구를 생성시킨 운석은 비교적 최근에 충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돌구는 시간이 지나면 주변 지형에 맞춰 평탄해지는 침식 과정을 겪는다. 커트 교수는 “침식은 빙하에서 더 빠르게 진행된다”며 “빙하에 남은 운석의 충돌 흔적이 아직 선명하게 남은 걸 볼 때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사건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기를 보다 명확히 알려면 내부 빙하 층에서 충돌 당시 녹아내렸던 물질들을 찾아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Science 제공

■세포 속 물방울의 역할

세포질에 물방울 형태로 응축된 물질이 발견됐지만 그 역할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연구진이 RNA의 일종인 메신저 RNA와 RNA결합단백질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방울 형태의 물질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물질이 핵과 세포질내 두루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물방울이 유전자의 전사과정에 작용해 발현률을 조절하며, 근위축성신경경화증환자에서는 뇌를 막히게 만든 물질을 녹이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유전자 전사 과정 뿐아니라 대사 과정에서 세포 속 물방울이 두루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Gonen Lab 제공

■살아있는 세포 고속으로 '찰칵'

살아있는 세포를 보는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수용액에 담긴 생화학 분자를 영하 20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로 급냉각시켜 정밀 관찰하는 방식의 전자현미경이다. 단백질은 물론 바이러스 등의 생체 분자의 ‘스냅샷’을 찍을 수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와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진은 지난 10월 극저온 전자현미경에 미세 전자굴절 기술을 접목했고, 30분 이내로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의 서로 다른 12가지 미세 물질 분자구조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11월 1일 '미국화학회지'에 발표했다. 하나의 미세 물질을 확인하는데 약 2~3분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빠르게 물질의 세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어, 신약 물질을 찾고 검증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과학계에 부는 '미투' 바람

사회를 강타한 ‘미투(#MeToo)’ 운동이 올해 과학계를 강타했다. 저명한 학자들이 저지른 성희롱 뿐아니라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차별, 괴롬힘 문제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럿거스암연구소에서 일했던 시아오치 시애(54) 연구원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논문저작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고 얼마뒤 해고를 당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2007년 부터 이 연구소에서 일해온 베테랑 연구자다. 시애 연구원은 암 성장인자와 관한 논문에서 본인이 제2 저자로 포함되자 연구소 측에 "3년간의 연구끝에 얻은 성과라며 1저자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반론을 제기한뒤 6개월 만인 지난 9월 28일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게 됐다. 연구소측은 이미 다른 연구자가 해당 연구를 먼저 수행했기 때문에 1저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으며, 동물 사용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 결정을 내렸다.


시애 연구원은 중국과 스웨덴에서 학위를 딴 연구자로 정통 미국 의학계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럿거스암연구소는 미국 의학계에선 권위있는 기관으로 통한다. 사이언스가 연구 성과에서 차별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이유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시애 연구원은 지금도 동물 사용 규정을 철저히 지켰다는 증거를 확보해 연구소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